"지하주차장에 장애인 주차구역을 만들어 달라는 게 그렇게 무리한 부탁인가요?"
지난 5월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한 척수장애인 이영기(56) 씨는 차를 타고 내리기가 겁난다. 아파트단지 내 장애인 주차구역이 모두 지상에만 있어 비가 오거나 땡볕이 내리쬐는 궂은 날씨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95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 단지에는 모두 1천280면의 주차장이 있다. 이 중 장애인 주차구역은 25면으로 모두 지상에 마련돼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 씨는 차에 오르내리는 데에만 5분 이상 걸린다. 이 씨는 "무덥거나 비가 오는 날에는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온 몸이 땀이나 비에 젖는다. 특히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바닥에 미끄러지는 일도 잦다"고 하소연했다.
참다못한 이 씨는 지하주차장에도 장애인 주차구역을 설치해 달라고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거듭 요청했다. 아파트관리사무소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었지만 '주차 여건이 열악하고 다른 주민들과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이 씨가 요구한 장애인 주차구역이 주민들의 출입이 잦은 구역인데다 주차공간이 부족해져 다른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결국 이 씨는 지하주차장의 일반 주차구역을 이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차량에 이중주차금지 경고장이 붙기 시작했다. 휠체어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하려다가 옆 주차면을 침범하거나 통로에 주차하는 일이 잦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입주자대표회의에 직접 찾아가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경고장을 차량에 붙이는 대신 앞유리에 끼워놓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씨는 "장애인 주차구역을 더 늘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장애인 운전자의 편의를 생각해서 지상의 주차구역을 줄여서라도 지하주차장에 설치해 달라는 부탁인데, 거절당해 씁쓸했다"고 털어놨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 씨 외에도 단지 내에 장애인 2명이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가뜩이나 주차면이 부족해 입주민 불만이 큰데, 이 씨의 요구를 들어주면 다른 장애인 운전자들도 똑같이 지상 장애인 주차구역을 요구할 것"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북구청 관계자는 "장애인 주차구역의 의무 설치 규정은 있지만, 설치 위치는 특정하지 않는다"면서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통해 자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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