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쓰나미 악몽'이 재현됐다. 지난 9월 말 2천2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술라웨시 섬 쓰나미가 잊혀지기도 전인 지난 22일 또다시 쓰나미가 순다해협을 덮쳤다. 이날 오후 9시 30분쯤(현지시간) 최고 3m 높이의 쓰나미가 발생, 순다해협 인근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에 따르면 이날 이후 사상자가 계속 늘어나 26일(현지시간) 현재 사망자만 430명, 부상자는 1천495명, 실종자가 159명으로 집계됐다. 또한 인근 지역 건물 수천 채와 도로, 다리 등이 붕괴됐고, 지역 주민 1만 6천여 명이 대피했다. 사망자 수는 쓰나미 발생 직후 발표한 규모(222명)와 비교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망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며 2차 쓰나미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불의 고리'에 포함돼 있는 인도네시아는 수시로 발생하는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 등에 비극의 역사가 멈추질 않고 있다.
◆해저산사태로 인한 쓰나미

이번 쓰나미는 해저산사태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순다해협은 수마트라섬과 자바섬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이곳에는 '아낙 크라카타우'라는 작은 화산섬이 자리하고 있다. 지질 전문가들은 이 화산이 4차례 분화한 게 해저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지질연구소는 지난 21일 이 화산이 2분여 간 분출하며 400m 높이의 화산재 구름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아낙 크라카타우는 현지어로 '크라카타우의 자식'이란 의미가 있는데 전신이었던 크라카타우 화산(해발 813m)이 1993년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사라진 자리에 새롭게 솟아난 섬이다. 당시 크라카타우 화산은 상공 20㎞까지 연기 기둥이 치솟았고 4천500㎞ 이상 떨어진 호주에서도 들릴 만큼 엄청난 굉음을 냈다. 이 폭발로 당시 크라카타우 섬의 2/3이 바닷속에 잠겼고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나 3만 6천여 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아낙 크라카타우는 폭발 이후 45년 만인 1928년 해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 매년 몇 m씩 상승, 현재는 해발 338m까지 덩치를 키웠다.

상시로 분화하는 이 화산은 올해 6월부터는 더욱 활동이 활발해져 소규모 분화가 반복됐다. 특히 쓰나미 발생 당일인 22일에는 오후 5시 22분쯤 비교적 큰 분화가 일어나 정상에서 1천500m까지 연기를 뿜었고 이날 오후 9시 3분에 다시 분화했다.
좀 더 구체적인 분석도 나왔다. 2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기상기후지질청 측이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 남서쪽 경사면에서 쓰나미 발생 전 대규모 붕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드위코리타 카르나와티 청장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붕괴 면적이 0.64㎢에 이르며 규모 3.4의 진동을 발생시켰다. 그로부터 약 24분 뒤 주변 해안에 쓰나미가 닥쳤다"고 말했다. 이어 "화산 경사면의 붕괴가 해저산사태를 유발했고, 결과적으로 쓰나미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여기에는 화산분화가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쓰나마는 최고 3m 높이의 비교적 작은 해일이 발생했는데도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있는 대조기(사리)를 맞아 만조 수위가 높아진 데다 지진이 아닌 탓에 조기경보가 이뤄지지 못해 피해가 더욱 컸다.
◆자연재해의 원흉 '불의 고리'
이번 쓰나미는 큰 틀에서 보면 '불의 고리'의 위험성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대형 사고였다. 불의 고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의 별칭으로 태평양을 둘러싼 약 4만 ㎞ 길이의 조산대를 일컫는다. 뉴질랜드에서 동남아, 일본, 알류산 열도, 북아메리카 로키산맥,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까지 이어지는 이 조산대에서는 지구 상에 발생하는 지진의 80~90%와 화산 활동의 75% 정도가 일어나고 있다. 이 조산대가 동그란 형태를 띤다고 해서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린다.

불의 고리에는 대륙판과 해양판, 해양판과 해양판 사이에 섭입대(해양판이 지각 아래로 가라앉는 지역)가 있는데 이 섭입대 바로 위 대륙판을 따라서 화산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판구조론에서 지각을 덮는 여러 거대한 판 가운데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인도-호주판 등과 맞물리는 경계선이어서 지각 활동이 활발하다. 지진이 발생하면 화산 속에 있는 마그마 압력은 상승하는 반면 마그마 방 주변의 지각이 헐거워져 마그마가 폭발해 화산으로 분출된다.
불의 고리는 이런 지진과 화산의 위험뿐 아니라 이로 인한 지진 해일, 즉 쓰나미의 위험도 뒤따른다. 지진이나 화산 등의 영향으로 엄청난 파장이 해일을 일으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최악의 쓰나미'로 기록된 2004년 12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연안 쓰나미가 대표적이다. 당시 규모 9.1의 강진과 함께 30m 규모의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 12만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2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초대형 쓰나미를 동반한 지진으로 센다이시 등 해변 도시가 초토화돼 2만여 명의 인명 피해와 3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대형 자연재해는 엄청난 힘을 배출해 지각 변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수마트라 섬 쓰나미 때는 이 여파로 한반도 크기의 2배인 수마트라 섬을 남서쪽으로 36m 이동시켰으며 지구의 자전축도 다소 바꿔놓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도 지진 직후 일본의 일부 지역이 2.4m 정도 동쪽으로 이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불이 고리에 집중된 자연재해라고 해서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 특히 지진이나 쓰나미 등이 수시로 발생하는 일본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이나 쓰나미 발생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2016년 9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6의 지진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지표 내부에 응축된 힘이 폭발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이런 간접 영향을 언제든지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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