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권력의 타락

박병선 논설위원
박병선 논설위원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영국 역사가 존 달버그-액튼이 19세기에 남긴 유명한 말이지만, 행동심리학자들은 이 명언을 입증하기 위해 숱하게 실험했다. 대처 켈트너 UC버클리 교수의 '쿠키 몬스터'(cookie monster)라는 실험이 흥미롭다.

'실험 대상 3명을 한 조로 묶어 임의로 1명에게 리더의 자격을 부여하고, 과제를 할당한다. 작업 시작 30분 후에 갓 구운 쿠키 한 접시를 제공한다. 접시에 담긴 쿠키는 4개. 3명이 쿠키 1개씩 먹고, 남은 쿠키는 누가 먹을까?' 대부분 리더로 지목된 사람이 먹는다. 남들은 1개씩밖에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리더 자신은 거리낌 없이 2개를 가져간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리더들은 쩝쩝 소리를 내며 먹거나 부스러기를 흘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

켈트너 교수는 대학, 의회, 스포츠계 등을 상대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지위가 올라갈수록 점차 나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했다. 권력을 얻기 전에는 으레 선한 행동, 관대함과 공정성, 나눔 등의 행태를 보이지만, 권력을 얻으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결론이다. 권력자의 타락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24세 보안 근무자에게 '갑질' 논란을 벌인 것은 권력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고 겁박하는 것으로 부족한지, '이리저리 전화 걸고, 사진까지 찍은 것'을 보면 비열함의 극치다.

그가 젊을 때도 이랬을까. 김 의원 블로그를 보면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 함께 3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고 쓰여 있다. 아마 학생운동, 재야운동 때에는 그런 비열함을 드러내지 않았고 두루 민중을 사랑했을 것이다.

청와대가 전 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을 두고 '6급 주사' '미꾸라지'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권력이 서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권력 앞에선 진보나 수구 세력이 똑같다. '인간이 제대로 돼야…' 하는 옛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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