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우울증'은 일상에서나 뉴스에서나 자주 마주치는 말이 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우울증에 대한 편견은 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평생동안 우울증에 걸리게 되는 유병률은 5% 수준으로 프랑스(17%), 미국(15%) 등에 비해 낮은데, 이는 우울증이라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의 '선생님 저 우울증 인가요?'는 현대인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우울증과 기분장애를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다룬다. 또 실제 치료 사례를 통해 우울이나 기분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해답을 제시한다.
◆조울증이었던 괴테, 우울증이었던 소노 아야코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괴테에게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바로 일정한 주기로 두 가지 모습이 번갈아 나타났다는 것. 기분이 좋을 때는 일을 내팽개치고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거나 여자아이에게 청혼하는 등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보였고, 기분이 저기압일 때는 자살 충동을 심하게 느끼고 집에 틀어박힌 채 지냈다. 이렇듯 반복되는 기분은 2년, 5년씩 번갈아 나타났는데 괴테가 18세였을 때를 기점으로 총 7번 되풀이돼 74세까지 이어졌다.
베스트셀러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쓴 소노 아야코 역시 기분의 족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젊은 시절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며 생긴 불안감, '착한 딸'로 살아야 한다는 부담감, 육아와 집필로 인한 고립감 등이 그 원인이었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우울한 감정을 해소하고 활력을 되찾았다.
괴테와 소노 아야코는 둘 다 기분장애를 앓았는데, 괴테는 조울증, 소노 아야코는 우울증이다. 기분장애라는 범주에 있지만 겉으로 보인 양상은 극명하게 달랐던 것이다.
책은 기분장애라고 하면 흔히 우울증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러갈래 나뉜다고 설명한다. 우울증만 해도 멜랑콜리형 우울증, 정신병적 우울증, 계절성 우울증으로 다양하게 나눠지며 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조울증, 즉 양극성 장애도 제1형 양극성 장애와 제2형 양극성 장애 등으로 세분화된다. 단순히 기분이 침울하다고 해서 우울증이라 단정할 수 없고, 우울증인 사람에게 '마음을 편히 가지라'거나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약물치료도 필요, 생활습관의 변화로 극복
이 책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분장애, 몸과 마음에 나타나는 변화를 정확히 알아야 제대로 나을 수 있고, 우울증을 비롯한 기분장애에 대한 하나하나씩 자세히 설명해준다. 우울증과 기분장애의 사례, 기분장애의 역사, 우울증과 조증일 때 나타나는 증상과 유형‧원인, 기분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사회적 배경, 기분장애의 다양한 유형을 특징에 맞게 세분화해 보여주고 그에 따라 필요한 약물치료와 상담치료 등도 증상별로 담아냈다.
지은이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을 약물치료로 제시하면서, 맹신과 부작용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한다. 환자 중 3분의 2는 항우울제에 반응을 보여 8주 이내에 개선효과가 나타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고, 증상 중에서 일부 증상은 개선되지만 쉽게 낫지 않는 증상도 있으며, 항우울제가 오히려 자살위험을 높이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것.
또 현대인에게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급증하는 원인 중 하나를 생활습관 변화로 진단한다. 수렵민·채집민의 식생활, 운동, 새로운 경험과 자극, 사람들과 관계맺어 고립피하기 등 우울증이나 기분장애에 잘 걸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들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을 감수한 김병수 정신과의사는 "우울증을 위로의 말로 치유하겠다는 건, 폐렴 환자가 물수건을 올려놓고 완치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 만약 당신이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면 위로의 책은 옆으로 제쳐두고 우선 이 책부터 읽어라. 단언컨대 이 책은 우울증에 관해 지금까지 나온 그 어떤 대중서적보다 낫다.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읽기 쉽고, 정확성 또한 뛰어나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272쪽. 1만4천800원
▷지은이 오카다 다카시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다. 도쿄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다시 교토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해 정신의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 고차뇌과학강좌 신경생물학교실과 뇌병태생리학강좌 정신의학교실에서 연구한 뒤 교토의료소년원 교토부립라쿠난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현재 오카다 클리닉 원장이자 야마가타대학교 객원교수를 겸하고 있다.
2013년 상처받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하고 인격장애, 발달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다. 저서로는 '예민함 내려놓기',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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