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1급으로 거동은커녕 목소리도 내지 못하는 A(62·여) 씨에게 밤은 공포 그 자체다. A씨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의 활동지원 인정점수(이하 인정점수) 평가에서 425점(최고 470점)으로 중증장애를 인정받아 하루 13시간 동안 활동보조지원서비스를 받는다. 그러나 낮동안 머물던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뒤 11시간 동안은 아무런 도움없이 홀로 버텨야 한다. 함께 사는 두 아들도 지체장애 3급에 지적장애 1급 장애인이어서 만약 생명을 이어주는 산소호흡기에 문제가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A씨에겐 대구시가 지원하는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이 유일한 희망이지만, 인정점수가 부족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A씨가 살고 있는 지역의 행정복지센터 사회복지사는 "A씨는 밤마다 홀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하는 상황이지만,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대구시가 병상에 항상 누워있는 와상환자와 산소호흡기 착용 환자 등 '최중증장애인'에게 제공하는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가 내년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최중증장애인 35명 가운데 21명에게만 24시간 지원을 제공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은 오랜기간 장애인단체들의 숙원 사업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부담하면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이 가능하도록 허용했고, 시도 지난 10월부터 최중증장애인 21명에게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원 대상은 사지마비나 산소호흡기 착용 등 24시간 활동보조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파악된 최중증장애인 35명(인정점수 425점 이상) 가운데 60%인 21명에 그쳤다. 시가 지원 대상을 인정점수가 430점이 넘는 이들까지로만 제한했기 때문이다. A씨처럼 근소한 차이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서준호 대구장애인인권연대 대표는 "중증 장애인들은 홀로 남겨진 사이에 고통스럽게 삶을 마감할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홀로 식사를 못하거나 용변처리가 어려운 경우도 흔한데 이는 기본적인 인권의 문제"라며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하루 빨리 24시간 지원대상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시는 예산 사정상 즉시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비와 시비를 7대 3으로 부담하는 '국고보조사업분'을 제외하고도, 하루 11시간 활동지원에 1인당 연간 6천500만원씩 추가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확대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예산규모가 워낙 커서 즉각적인 도입은 어렵다"며 "시는 보건복지부의 가이드라인인 인정점수 440점 이상보다 낮은 430점 수준까지 지원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425점 이상인 40명을 추가 지원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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