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료실 '의사 살해'…대구 의료계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 시급"

서울 대형병원서 환자가 상담 중이던 의사에게 흉기 휘둘러
대구 의료계 "병원 내 폭력행위에 대해 처벌 강화하고 의료진 안전 확보해야"

서울 대형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의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의료계가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말 응급실 내 폭행 방지법이 강화됐지만 진료환경은 여전히 위험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쯤 서울 종로구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A(30) 씨가 진료 상담을 하던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던 A씨는 피해 의사가 자리를 피하자 뒤따라가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찌른 것으로 밝혀졌다. 중상을 입은 의사는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2시간 뒤쯤 끝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범행 사실은 시인했으나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는 이번 사건이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의료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불만에 찬 환자나 보호자에게 폭행당하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8월 23일 고령의 한 종합병원에서 환자 B(86) 씨가 진료 중이던 의사를 흉기로 찔러 중상을 입혔다. 지난해 12월 17일에도 대구 달서구 한 병원 응급실에서 입원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난동을 부린 환자 C(56) 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구에서 병원 응급실에서 폭력을 휘둘러 입건된 환자나 보호자는 39명에 이른다.

경찰이 출동해 제지만 시키거나 응급실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폭력을 휘두른 경우까지 감안하면 병원 내 폭력 행위는 훨씬 심각하다는 게 경찰과 의료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경찰은 지난해 11월 응급실 내 폭력 사범은 가능한 구속 수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지난달에는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해 다치게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등 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이번 의사 피살 사건을 계기로 응급실 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진에게 안전한 진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진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찰이 응급실 내 폭력 행위에 대한 대응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병원 내 난동은 하루에도 수 차례씩 벌어진다"면서 "의료진을 위협하는 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환자에게도 똑같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의료기관 내 폭력행위에 대한 처벌도 더욱 강화돼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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