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돼지 똘똘이♡원숭이 몽이, 우정의 비결은? 돼지의 너그러움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돼지가 보살피는 아기 원숭이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SBS 'TV동물농장'에서 시청자가 뽑은 가장 인기 많았던 사례는 '아기원숭이 몽이와 단짝 친구 미니돼지 똘똘이'편이었다. 몽이가 껌딱지처럼 똘똘이 몸에 매달리는 앙증맞은 모습과 엄마 잃은 아기 원숭이를 품어주는 똘똘이의 의젓함이 잘 어울리는 우정 스토리였다.

호기심 많은 몽이는 주변 물건에도 관심 가지지만 똘똘이가 한 발짝이라도 멀어진다 싶으면 냅다 똘똘이 등에 올라탔다. 똘똘이의 털을 꼭 움켜쥔 작은 손이 귀엽기도 하고 애틋하기도 했다. 반면에 몽이가 무엇을 하든 개의치 않고 킁킁거리며 바닥을 탐색하는 똘똘이의 무던함에 보는 이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몽이가 똘똘이에게 매달리는 이유가 있다. 그래서 몽이뿐 아니라 모든 새끼원숭이가 이러한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원숭이는 수컷 우두머리가 무리를 지배하고 암컷들을 독점한다. 자신의 혈통을 더 많이 남기려는 번식 본능이 강하다. 그래서 수컷 간의 서열 다툼은 언제나 치열하며 수컷들은 호시탐탐 암컷들을 차지하려고 기회를 노린다.

이 과정에서 수컷 우두머리가 바뀌거나 수컷들의 호전성이 심해질 경우 자신의 혈통이 아니라고 의심되는 새끼들을 해치는 경우가 빈번하다. 즉 원숭이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가슴 털을 콱 움켜잡고 어미 품을 절대 벗어나지 않으려는 습성은 유전자 속에 각인된 생존 본능인 셈이다.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몽이는 태어나자마자 어미에게 버림받았다. 원숭이의 모성애는 여느 동물 이상으로 애틋하다. 하지만 어미 원숭이가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거나, 인공 사육장에서 불안증이 심해지거나,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 새끼를 돌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여러 이유로 어미에게 버림받은 새끼원숭이는 극도의 불안상태에 놓이며 자연 생태계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 동물원에서 태어나는 새끼원숭이들이 어미에게 버림받게 되면 사육사가 어미를 대신하여 새끼원숭이를 24시간 품어야 한다.

하지만 365일 24시간 사육사가 새끼원숭이를 품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동물원에서는 어미 원숭이를 대신해 인형을 이용하거나 느긋하고 안전한 동물 파트너로 미니돼지를 곁에 두기도 한다.

새끼원숭이의 비명과 짓궂은 장난질에도 화내지 않고 무덤덤하게 곁을 지켜주는 똘똘이 덕에 몽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던 것이었다. 방송에서는 몽이의 귀엽고 애틋한 모습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지만, 사연의 이면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똘똘이의 대견스러움을 더 칭찬했다.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이미지 출처 : SBS TV 동물농장

수의학을 전공한 나는 인간은 지혜롭고 도구를 활용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존재임에 공감하면서도 인간의 본질은 동물의 본능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간 세상에도 미니돼지 똘똘이처럼 누군가에게 무덤덤하게 도움 주는 존재들이 있다. 태어나 무한정 의지하다 성인이 되면 살짝 자만해지는 자식을 언제나 품어주시는 부모님이 생각난다. 또 티 내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마음으로 제 역할을 다 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우리 사회는 이런 분들 덕분에 유지되고 행복해진다. 그런 분들께 이 글을 계기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 미니돼지 똘똘이가 새삼 대견하게 느껴진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