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해년 맞은 정부의 낙동강 보 개방 '시계제로'

양수장 개선 예산 수백억원대…농민 등 지역 반발 '산 넘어 산'

'식수원 녹조 내쫓는 태풍' 폭우를 동반한 제19호 태풍 '솔릭' 북상으로 낙동강 보 수문을 일제히 개방한 23일 오후 대구 강정고령보에 고였던 강물이 세차게 흐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올해 낙동강 대구경북지역 '4대강 보 개방'이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보 개방에 따라 수위 저하에 맞춘 양수장 시설 임시 개선에만 수백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데다 상류 보 주변 주민 반대 여론도 여전히 거세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에 가둔 물을 개방해 수위를 낮춰 생태계와 주변 수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한 뒤 '보 해체'까지 염두에 둔 처리 방안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낙동강 대구경북지역에는 상주·낙단·구미·칠곡·강정고령·달성보 등 6개가 대상이다.

강정고령·달성보는 2017년 6월부터 부분개방을 시작, 평시 관리수위에서 취수에 지장이 없는 수위(취수제약수위)까지 낮춰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정부는 낙동강 상류 나머지 보도 개방한 뒤 올해 중으로 처리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낙단·구미보 등 상류 보의 봄 농사철 전 개방을 위해선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정부와 농민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정부가 3월을 마지노선으로 '보 개방을 강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낙동강 대구경북지역 보 추가 개방을 위해선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보의 높은 수위에 맞춰 설치된 양수장 수십 개를 개선하는 문제가 선결과제다.

보에서 물을 빼게 되면 수위가 낮아져 양수장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설 개선을 해야 하는데, 낙동강 대구경북지역 보 주변에 설치된 양수장이 76개나 돼 이를 개선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정부는 한국농어촌공사 양수장 40곳의 임시 개선을 위한 뭉텅이 예산 473억원을 우선 확보해둔 상태이지만, 지자체 소유 24곳 개선 예산 119억원은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더욱이 이 예산은 임시 개선용일뿐 항구적인 시설 개선을 위한 양수장 이전·신설, 개량 등에 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든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상주보 낙단보 개방 절대 안돼요" 황천모 상주시장이 10일 상주보사업소에서 열린 상주보 및 낙단보 개방계획에 따른 간담회 도중 일어나 정부의 보개방계획을 철회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상주시 제공

보 주변의 성난 농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상주·낙단·구미보 개방 계획을 밝혔다가 지역 농민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일정을 미룬 뒤 다시 잡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은 보 개방 시 주변 지하수 수위 저하 등 농업용수 확보에 차질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상주·낙단보 각 4개, 구미·달성보 각 3개 등 지하수 관측정 14개를 추가로 설치한 데 이어 올해도 관측정 수십 개를 추가 설치해 지하수 모니터링에 나설 계획이다. 이 데이터를 근거로 대체 관정 개발 등에 나서 성난 농심을 달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3월까지 상주·낙단·구미보를 개방해 모니터링하지 못하면 농번기가 지난 가을 이후로 일정이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올해 중 4대강 보 처리 방안 발표가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이달 중 구미보를 시작으로 상주·낙단보 개방에 잇따라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관계기관 회의에서 주민 협의 및 시설재배 농민을 위한 지하수 대책 마련 뒤 1월 중 구미보를 개방하겠다는 일정을 밝힌 바 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낙동강 보 개방 문제는 주민 협의 등이 필요해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1월 중 구미보 개방' 등 추가 보 개방 일정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