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7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기다리는 대구경북(TK) 보수층 시·도민과 한국당 당원들의 심정은 착잡하고 우려스럽다. 보수진영의 진로를 좌우할 한국당 전당대회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정치권이 TK의 정치력을 키우는 큰 그림은커녕 진로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런 탓에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각각 도전하는 주호영(대구 수성을), 김광림(안동) 의원에게 힘이 전혀 실리지 않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중진 의원들의 흡입력 부족에다 현역 의원은 물론 당협위원장들의 각자도생(各自圖生) 분위기가 더해진 결과다.
대구경북은 30%에 육박하는 책임당원을 가진 한국당 최대 주주인데도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치러진 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역 출신 의원들은 후보조차 내지 못하면서 정치적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반면 새해 벽두부터 한국당 당권 주자들은 맹렬히 TK를 파고들고 있다. 지난 2일 한국당 대구시당·경북도당과 매일신문 주최 신년교례회에는 심재철, 조경태, 정우택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당권 주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도당 신년교례회에 타지역 정치인이 대거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대구시당·경북도당 신년교례회에 참석한 것은 당권 경쟁에서 TK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TK 책임당원은 10만여 명으로 전체 책임당원 32만여 명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역대 전당대회에서의 투표율을 고려하면 50%에 육박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당권 주자들은 TK 책임당원의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TK 정치권은 한국당 내 지분에 걸맞은 위상과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기회를 놓치면 다음 이닝에서 위기를 맞는 야구처럼 대구경북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내 교두보를 확보하고, 입지를 확실하게 구축하지 못하면 차기 총선 공천 국면에서 된서리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수층 대구경북 시도민과 한국당 당원들은 지역 정치권이 똘똘 뭉쳐 보수진영 재편과 통합의 견인차가 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제갈길 가기에 바쁘다.
한국당 한 원로 당원은 "나중에 '그때 좀 더 뭉쳐서 대응할 걸'이라고 후회하지 말고 지금 부터라도 위기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주의부터 걷어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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