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란 시에서 숲속의 두 갈래 길을 보며 삶에 대한 희구와 인생행로에 대한 회고를 피력하고 있다. 두 길 중에서 사람이 적게 다니는 길을 택했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프로스트는 이 시에서 동시에 두 길을 갈 수 없는 인생의 고뇌와 인간적인 한계를 시사했다.
대권을 추구하던 정치인 안철수는 2015년 겨울 정치적인 변신을 시도하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는 구절을 강조하며 자신의 정치적 결단을 은근히 미화한 것이다. 중대한 갈림길에 설 때마다 안철수는 어느 한 길을 선택했고 그로 인해 그의 삶이 송두리째 달라진 것 또한 사실이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눈앞의 시장 자리를 박원순 변호사에게 양보한 그는 거침없는 대통령 직행 코스를 택했다. 그로부터 7년 후에는 오히려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면서 대권행 우회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가 걸었던 정치 행로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만약 7년 전에 서울시장을 거치는 우회로를 택했다면 오늘날 안철수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2012년 대선 때 안철수는 문재인과 같은 길을 간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대선 정국에서는 서로 다른 길에서 맞섰다. 안철수의 좌절은 개인의 실패요 한 정치 세력의 위축으로 국한된다. 그러나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좌우하는 대통령의 실패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라와 민족을 담보로 한 일방통행은 그래서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다. 공동체의 합의를 통한 최선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 정권의 정치적 지향성에 대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못을 박았다.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이 선택한 길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데도 '가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어느 길이든 후회와 미련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이 '가서는 안 될 길'이어서 국가와 국민의 모든 것을 돌이킬 수 없는 질곡으로 몰아넣는 일만은 없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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