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정치 슬로건은 '아름다운 일본'
2차 대전 이전 군국주의 침략 미화
역사 트라우마 아직 치유되지 않아
위안부 문제·강제징용 등 한국 반발
아베 신조와 이토 히로부미는 한국인에게 특별 각인된 일본 총리들이다. 두 사람은 일본 보수 정치의 산실 야마구치현 출신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닮았다.
이토는 일본 역사상 최연소(44세) 총리이며, 유일하게 네 번 총리를 역임했다. 아베도 2차 세계대전 후 최연소(52세) 총리이며, 2021년 9월의 예정된 임기를 마치면 재임 기간이 가장 긴 총리가 된다. 두 사람은 근대 일본의 국가주의와 제국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요시다 쇼인을 스승으로 두고 있다.
이토는 그의 문하생이었으며, 아베는 그를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 이토는 메이지 헌법 제정을 통해 천황을 제도적으로 신격화했으며, 아베는 지금의 헌법을 개정해 천황의 신성(神性)을 부활시키려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성장 과정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요시다 쇼인은 이토를 '협상력 좋은' 보통 학생 정도로 평가했다. 이토는 협상력으로 수많은 정적을 제치고 평민에서 총리가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아베도 학력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으나, 총리 및 장관을 지낸 외할아버지와 아버지의 후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두 사람은 한반도를 탐욕의 대상으로 삼고, 시대의 흐름을 왜곡한 점도 닮았다. 이토는 한반도 지배가 일본 안전의 필수 요건이라 믿었다. 청일 전쟁의 주역으로서 한반도 병탄의 길을 열었다. 그 후 일본은 한반도의 식민지화를 통해 근대 제국주의의 반열에 올랐다. 이토를 근대 제국주의 국가 일본을 만든 사나이라 일컫는 이유이다.
아베는 1980년대 말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외무장관인 아버지의 비서로 이 문제를 담당했다. 납치자 문제와 북한 때리기는 그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2002년 일시 귀국한 납치 생존자 5명의 북한 귀환을 저지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고, 이를 배경으로 2006년 총리가 되었다. 그가 일본 외교의 첫 '사명'으로 납치자 문제를 내세우는 배경이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문제에 매진할 때도 아베는 납치자 문제를 우선했다. 지금껏 납치자 문제는 성과가 없다. 그러나 그는 개헌, 군비 강화 등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북한 위협론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처럼 꺼낸다.
한일 관계는 최악이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한일 관계의 법적 기반이 무너졌다고 비난했다. 지난 연말부터 사격통제 레이더와 근거리 위협 비행 문제로 공방 중이다. 아베는 무리하게 영상을 공개하도록 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그는 왜 한국에 대해 공세적일까. 아베의 정치 슬로건은 '아름다운 일본'이다. 그의 아름다운 일본은 2차 대전 이전의 군국주의 일본이다. 이토가 닦아 놓은 아시아 침략을 미화한 것이다. 과거 주변국 침략을 정복의 영광쯤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평화헌법은 굴욕이며, 국군이라 부르지 못하는 자위대는 부끄럽다. 헌법 개정과 국가주의 교육을 통해 그는 2차 대전 이후의 평화국가 일본을 전쟁국가로 만들려 하고 있다.
아베의 군국주의 회귀에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이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등에 대한 한국의 반발은 군국주의 국가 일본을 근본적으로 부정한다. 국제적으로도 호소력이 있다.
위안부 할머니들과 징용 피해자들이 아베의 '아름다운 일본'을 '범죄 국가 일본'으로 만들고 있다. 아베가 과거사에 대해 과잉 반응하며 뜬금없이 한국을 겨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아베는 2차 대전 이후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총리이다.
아베 정권이 계속되는 한 한일 관계는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이토의 한국 식민지화로 시작된 일본의 아시아 침략에 대한 트라우마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아베가 추구하는 군국주의 일본은 또다시 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한다. 아베는 이토를 닮지 말아야 한다. 과거의 한반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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