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친문'이 장악한 청와대, '코드 인사'로 험난한 정국 헤쳐가겠나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급 인사를 단행했지만, 아무리 봐도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 강기정 정무수석 등 면면을 보면 '친문 인사'에 이른바 '충성파'들이다. 가뜩이나 권력 집중으로 '청와대 정부'라는 비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자기편만 챙기는 '코드 인사'로 정국을 이끌고 가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됐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이 출마한 두 차례 대선에서 비서실장과 조직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최측근이다. 대통령과 인간적으로 가깝고 '친문' 핵심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에 벌써부터 '실세 왕(王)실장'으로 불릴 정도이니 조짐이 그리 상서롭지 못하다. '실세 왕실장'이란 말 자체가 '권력 집중'과 '2인자 정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노 비서실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에 시집 강매, 아들 4급 보좌관 채용 등 이런저런 구설에 오른 적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폭이 넓지 않은 사고와 행동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운동권 출신이기에 개혁 성향과 진보 이념을 가진 것은 뭐라고 할 바 아니지만, 비서실장에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해선 의문스럽다.

현 정권은 불통과 오만의 이미지를 점차 보여주며 과거의 권위주의 정부와 닮은꼴로 비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권력 핵심인 비서실장마저 자기편만 챙기고 남의 얘기는 배척하는 인물이라면 정권의 앞날은 암담해진다. 노 비서실장이 인사 발표 직후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 그 부족함을 경청으로 메우겠다"고 각오를 다졌지만, 이 말을 진정으로 실천하길 바랄 뿐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인사에서 국정 추진력과 지지율을 높이려는 마음에 친문 체제 강화를 택했으나 잘못한 선택일 가능성이 높다. 자기 사람, 이념과 성향보다는 실력 있고 능력 있는 인물을 중용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했다는 점에서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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