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12월쯤이다. 안동시 일직면 광연리에서 있은 결혼식 풍경이다. 지난해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의 옛 사진 공모전에서 공개된 사진이다.

신부였던 권금화(73) 할머니의 뾰로통한 표정이 압권이다. 권 할머니는 "열아홉에 결혼하는데 뭐가 기분이 좋았겠냐"고 했다. 오래 전이라면서도 당시 감정은 정확히 기억했다.
호텔 뷔페식 피로연이 기본 코스처럼 돼 버린 요즘이지만 당시엔 집 마당이 예식장이었다. 예식장 결혼식이 번지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 하지만 시골에선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경북 북부 최대 도시였던 영주나 안동에도 1970년대 초반 예식장이 생겼으니.
시골마을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 신부 측이었다. 결혼식을 하고 시댁으로 가는 여정이었다. 피로연에선 잔치국수를 내놨고 돼지고기, 부침개 등으로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했다. 이웃들도 부조금 대신 감주나 술을 들고 와 함께 먹었다. 대도시 예식장에선 피로연이 없었다고 한다. 대신 답례품으로 찹쌀떡 등을 줬다고 한다.
사진에 보이는 혼수선물이 이채롭다. 남편 친구 하객들이 가져온 접이식 탁상거울, 탁상시계, 놋그릇 등이다. 부조(扶助)용품 인증샷인 셈이다. 혼수선물로 양은냄비가 인기였다고 하는데 상자에 포장돼 있는지 이 사진에선 보이지 않는다.
사진 뒤편으로 초가지붕이 첩첩이다. 새마을운동이 1970년 시작된 걸 감안하면 자연스럽다. 54년 전임에도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이 요즘에 뒤처지지 않는다. 하객들만 쏙 들어내 요즘 결혼식의 하객들과 비교하면 시대 구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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