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용복의 골프에티켓]<8>보다 너그러워 진 새 골프 규칙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반자들끼리의 양해와 약속

동장군의 맹위는 골프를 사랑하는 이들의 몸과 마음까지 움츠리게 한다. 겨울에 하는 모든 야외 운동이 비슷하겠지만, 골프도 티샷박스까지 가는 과정이 험난하다. 올해로 희수(喜壽·77세)에 접어드니, 주위 친구들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지경이다. 용감하게 골프채 들쳐메고 꽁꽁 언 필드로 향하는 내 자신이 무모해 보이기도 한다.

겨울골프도 좋은 점이 있다. 열심히 걷고 뛰다보면 어느새 두툼한 옷안으로 뜨거운 온기가 느껴질 때의 기분은 형용하기 어려운 쾌감이 있다. 소위 '어른들'이 다같이 손을 호호 불어가며, 언 발을 동동 굴리고 긴 작대기 휘두르며 웃음꽃이 필 일이 얼마나 있을까. 뜨끈한 어묵 국물을 '형님먼저 동생먼저' 권하다보면, 옛 추억이 떠올라 나도 몰래 눈물이 맺힐 때도 있다. 골프란 이렇게 기가막힌 것이다.

골프에서 정규 규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려와 양보다. 캐디에 대한 배려 역시 골프에티켓의 기본 덕목. 도용복 제공
골프에서 정규 규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려와 양보다. 캐디에 대한 배려 역시 골프에티켓의 기본 덕목. 도용복 제공

우리같은 아마추어에게 골프 규칙(룰)이 언뜻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다양한 골퍼들을 만나다보면 이런 룰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특히, 서로가 아직 친숙하지 않을 때는 제멋대로 골프를 즐기는 것보다 룰에 의해 함께 즐기는 것이 다른 이름의 '에티켓'이 아닐까.

이번 칼럼은 올해 개정되는 골프규칙을 알아보고 '분쟁의 소지'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다. 골프규칙은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더 쉽고 편하게 경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젊은층과 여성층이 두터워지다 보니, 복잡하고 까다로움을 지양하고 있다. 첫째, 드롭을 해야 할 경우 어깨에서 무릎 높이로 변경됐다. 아마추어들은 보통 페어웨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여 플레이를 많이 하지만, 원칙은 한 클럽 내에서 드롭이다. 둘째, 투터치에 대한 벌타가 없어졌다. 보통 그린 주변 어프로치 상황에서 많이 발생한다. 한번의 스윙으로 우연히 볼을 두 번 쳤을 경우 벌타 없이 공이 멈춘 곳에서 플레이하면 된다. 셋째, 우연히 공을 움직였을 때도 벌타가 없다. 그린 위나 러프에서 볼을 찾던 중에는 무벌 처리된다. 넷째, 벙커에서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클럽이 모래에 닿는 경우 벌타가 없다. 자연 장애물 역시 벌타없이 제거 가능하다. 다만, 백스윙 때 모래를 건드리면 2벌타이다. 공을 치기 힘든 조건이면 언플레이어 볼에 의한 2벌타 받고 벙커 밖으로 나와서 경기를 계속할 수 있다. 다섯째, 거리 측정기를 사용할 수 있으며, 캐디의 뒤봐주기는 금지다. 여섯째, 그린 위에 핀을 꽂은 채로 퍼팅이 가능하다. 스파이크 자국 수리도 가능해졌다. 일곱째, 볼을 잃어버렸거나 OB가 난 경우 2벌타를 받고, 그 자리에서 드롭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오비티 개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분실구를 찾는 시간이 5분에서 3분으로 줄어들었으며, 스트로크 시간은 40초를 넘어서는 안된다. 거리와 상관없이 먼저 준비된 사람이 플레이하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아마추어 골퍼들에게 정규규칙은 큰 의미가 없다. 오히려, 동반 플레이어들과 그날의 룰에 대해 소통하여 정하는 것이 보편적이고 바람직하다. 룰이나 규칙이 필요한건 이런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시될 때이다. 규칙을 제대로 알고, 동반자들간에 양해를 구하면서 에티켓을 지켜나갈 때 즐거운 라운딩이 보장된다.

골프 칼럼니스트(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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