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황금돼지의 해이다. 십이지신 중 마지막 동물인 돼지(亥)는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길상(吉祥)을 상징하며 재산이나 다산, 복의 근원을 의미한다. 고구려 유리왕은 돼지를 뒤쫓다가 국내위나암에 이르러 산수가 깊고 험한 것을 보고 도읍을 옮긴 바 있고, '정월의 첫 돼지날에 개업하면 부자가 된다'는 속설도 있다. 이렇듯 돼지는 고대 문헌이나 출토유물 및 고전 문학 등에서 상서로운 징조로 여겨졌다.
현대백화점 대구점 갤러리 H는 올해 황금돼지해를 맞아 첫 전시로 '돼지 작가' 한상윤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한상윤은 돼지의 길상적 모티브를 의인화해 동양적 필획과 팔색조를 넘나드는 평면구성으로 행복한 돼지를 작품화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돼지를 길상과 해학어린 여유로 그린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 풍자만화를 전공한 그에게 원래 돼지는 '현대인의 물질적 욕망 그 자체'를 표현하는 매개체였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그에게 풍자와 비판으로 시작한 돼지는 긍정의 매개체로 바뀌었다.
"어차피 우울한 세상, 신명나게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노동이 삶을 위한 한 방편인 것처럼 나의 돼지 그림 역시 점차 긍정적 속성을 담게 됐죠."
복을 많이 받을 얼굴의 생김새와 운수가 좋은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해석 속에 행복의 메타포를 담게 된 돼지는 이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현대인들이 짊어지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시켜 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그의 화면 속 돼지는 나, 가족, 친구, 연인 등으로 의인화돼 유쾌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연히 붓 터치와 색감도 밝고 화려해지면서 특유의 유머와 흥겨운 느낌이 화면에 가득 차 있다.
특히 인생의 희로애락을 건너 행복을 쟁취해 입 꼬리가 기분 좋게 올라간 돼지 군상을 감상하노라면 입가에 웃음이 절로 배어난다. 세상살이 온갖 풍상 속에서도 여유를 즐기는 행복한 돼지의 자화상을 이번 전시에 찾아보는 것 또한 힘이 될 것 같다. 전시는 28일(월)까지. 문의 053)245-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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