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지역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도시디자인을 통해 예방하는 '셉테드(범죄예방 환경설계 기법·CPTED)'가 대구 도심 전역으로 확대 적용된다. 대구시는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인 '대구시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고 10일 밝혔다.
셉테드(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는 범죄자의 범행 의지가 꺾이도록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율을 낮추는 도시디자인 기법이다. 시는 2015년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조례' 제정 이후 일부 시범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해왔다.
시는 지난해 대구경찰청과 경찰서의 도움을 받아 지역 내 범죄 발생 경향을 파악하고 지역별 공간구조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범죄 예방 방안을 도출해 디자인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번 기본계획은 공공 공간에서 자연적 감시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시야를 막는 장애물을 최소화하고 출입구와 담장, 조경시설 등을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민과 행인이 자연스럽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대구시는 우선 주민들의 범죄 불안감이 큰 노후 주거지 일대와 다가구주택(원룸)촌, 골목길 등에서 셉테드를 중점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원룸촌에 무인 택배함을 설치하고 필로티 하부 주차장 등의 밝기도 개선하기로 했다.
노상주차가 많은 골목과 필로티 구조 건물이 밀집한 곳은 CCTV를 확대 설치하고, 가로등과 필로티 하부 조명을 더욱 밝힌다. 시야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미러시트(반사율이 높은 시트지 마감재)나 반사경을 설치하는 방안도 권고했다.
막다른 골목에는 벽화, 화분, 텃밭 등을 배치하고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도록 유도해 통행량을 늘리고 범죄 사각지대를 줄일 계획이다.
시는 앞으로 5년마다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기본계획을 개편하는 한편, 도시디자인 기법을 환경정비와 도시재생사업 등에도 접목해 대구 전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시는 셉테드가 적용되면 지역 범죄 발생빈도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04년부터 꾸준히 셉테드를 적용한 결과, 10년 만에 범죄율이 절반 가량 떨어졌고, 주민들의 거주지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과 부산, 경기 등이 도심 내 셉테드를 적용하는 조례를 제정하거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지역성을 고려한 대구만의 범죄예방 도시디자인 계획을 수립해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도시공간을 디자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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