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북 공기업·기관들 방만 경영은 하나 마나 한 감사 탓

경북도 산하 공기업과 출자·출연 기관 32곳의 비리와 방만 경영을 감시하고 견제할 외부인 감사제 도입 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처럼 경북도 직원이 감사를 맡거나, 공모해 앉힌 경북도 출신 퇴직자의 감사가 한계를 보여서다. 재정과 인사 등 경영의 투명성과 엄정함을 담보할 감사가 힘든 구조 때문이다.

지난 4일 사퇴한 경북개발공사 상임감사의 경우, 현 감사제의 문제점을 드러낸 좋은 사례다. 지난해 3월 산하 기관 가운데 유일하게 공모로 뽑힌 상임감사였지만 3년 임기의 1년도 채우지 못했다. 공채 이전 내정설에다 과거 공사 재직 당시의 부적절한 업무 처리, 공사 경영 등의 여러 문제가 겹친 까닭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도 하차로 공모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숙지겠지만 무늬뿐인 현 상임감사 공모 방식의 개선이 숙제로 남게 됐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일은 이 밖의 경북도 산하 기관의 상당수가 도청 공무원이 소위 '자가 감사'를 맡는 현실이다. 지난해 폭언 등 충격적인 폭로로 물의를 빚은 경북 여자컬링팀이 속한 경북체육회 등 8곳이 이런 유형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관은 자가 감사인 탓에 투명하고 엄정한 감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 지난해 경북도의회의 32곳 중 28개 기관 행정사무 감사에서 무려 230건의 시정건의촉구 사항이 무더기로 쏟아진 것은 자가 감사의 부작용을 잘 보여준 증거이다. 규정을 어긴 성과급 지급 등 방만한 경영 실태는 있으나 마나 한 자가 감사제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말하자면 '제 식구 감싸기 감사' 부작용이 빚은 당연한 결과라는 소리다.

이번 기회에 경북도는 산하 기관들의 재정, 인사, 경영의 투명성을 지키고 엄정한 감사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경북도의회 지적처럼 외부인 감사제도의 도입도 절실하지만 인사권자가 사심(私心)을 빼고 적임자 선택을 위해 깊이 고민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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