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의원 무분별 해외연수 규제, 강제성 없으면 소용없다

경북 예천군의원들의 해외연수 중 안내인 폭행과 접대부 발언 등으로 촉발된 지방의원들의 무분별한 해외연수 규제 여론이 높다. 지난 1991년 지방의회 부활 이후 해외연수를 둘러싼 논란이 되풀이돼온 만큼, 더 이상 그대로 둘 수 없게 됐다. 새로운 연수 틀과 강제성을 담보할 규제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다.

이번 예천군의원들의 추태로 지방의원들의 민낯과 낮은 자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경황 속에도 경북 시·군의회 의장협의회 의장들이 베트남 해외연수 강행을 시도한 것을 보면 지방의회 자정(自淨) 능력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경북 상당수 시군의회는 해외연수 예산을 지난해보다 더 늘린 모양이다. 그대로 두면 낭비성 해외연수는 자명하다.

그런데 난제는 지금 같은 멋대로 해외연수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현재 지방의원의 해외연수를 심사할 위원장이 지방의원인 경우가 전국 153곳으로, 전체(250곳)의 절반이 넘는다. 예산 책정에서 심사까지 모든 결정이 지방의원 손에 달렸으니 어찌 품격 있기를 바랄까.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마침 행정안전부가 '지방의회 의원 공무 국외여행 규칙' 표준안을 만들 예정이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의원이 위원장인 '자가 심사'의 차단과 부당 지출 환수 등의 장치를 구상 중인 모양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에 그칠 뿐이고, 강제성이 없는 맹점은 그대로다. 이대로이면 무늬만 그럴듯한 '속 빈 강정'과 다름없다.

이제는 강제성을 갖춘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낼 기회다. 먼저 해외연수 자가 심사 차단, 연수 예산 제한과 연수 정보 공개, 연수 보고서 제출 등 사전·사후 관리 장치 마련이다. 정부가 내놓을 새로운 해외연수 틀의 정착과 의회 감시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절실하다. 지난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자율을 전혀 체화(體化)하지 못한 우리 지방의회의 서글픈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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