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상주판 '나홀로 집에'…3인조 빈집털이 침착한 초교생 자매에 '덜미'

문 따는 소리 듣고 엄마에 전화, 112신고 받은 경찰 곧바로 출동…그때까지 문 못 열고 헤매다 잡혀

빈 집인 줄 알고 침입하려던 전문털이범 일당이 집 안에 있던 초등학생 자매의 침착한 대응에 덜미를 잡혔다.

상주경찰서는 15일 빈 집에 침입해 금품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A(44) 씨와 B(43) 씨 등 2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C(46)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교도소 동기인 이들은 지난 3일 오전 11시쯤 범행 대상으로 물색해둔 상주시 개운동 한 전원주택을 찾았다. 도주용 렌터카와 무전기까지 갖춘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한 명은 차 안에서 망을 보고 나머지 두 명은 문을 따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 집이 아니었다. 집주인 부부는 외출 중이었지만 구석방에 방학을 맞아 늦잠을 자고 있던 초교생인 큰 딸(11)과 둘째 딸(7) 자매가 있었다.

문 따는 소리에 잠을 깬 자매는 상황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집에 택배 기사나 손님이 오면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데 이날은 뭔가 달랐다. 그래서 평소처럼 "누구세요?"라고 묻는 대신 침착하게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작은 소리로 "엄마, 우리 집에 누가 문을 뜯고 들어오려는 거 같아. 빨리 와"라고 했다.

외출 중이었던 엄마는 자매를 안심시킨 뒤 곧바로 112에 신고하고 집으로 향했다. 한달음에 도착한 엄마는 그때까지도 문을 못딴 일당 2명과 맞닥뜨렸다. "누군데 우리집 문을 열려고 하느냐?", "지인 집인줄 알았다"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경찰이 도착했다. 차에서 망을 보던 C씨는 먼저 달아났고, 일당 두 명도 산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일까지 상주를 비롯해 경기도 용인, 충남 공주 등 11곳의 전원주택에 침입해 현금 및 귀금속 2천500여만원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거주지를 수색해 128점의 귀금속을 추가로 압수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주민들은 "어설픈 빈집털이 도둑에 맞서 집을 지켜낸 꼬마 이야기를 다룬 영화 '나홀로 집에'가 떠오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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