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못 올라간 피라미드 꼭대기를 왜 우리 보고 올라가래." "다 너 잘되라고 그런 거야."
TV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요즘도 식지 않고 있다. 시청률이 20%를 넘어 종편 채널 최고 기록을 갈아 치울 태세다.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사는 SKY캐슬 안에서 남편은 왕으로, 자식은 천하제일 왕자와 공주로 키우고 싶은 명문가 출신 사모님들의 처절한 욕망을 샅샅이 들여다보는 리얼 코믹 풍자극'이라는 소개가 붙는다.
입시 문제가 가족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부모의 욕망을 자녀의 목표에 일치시키면서 명예, 권력, 부의 세습을 향해 돌진한다. 이들의 무조건적 성공을 위한 과정은 가족의 현실적 행복이라는 포장으로 지배를 이어간다. 드라마 속 한 아버지의 대사처럼 "남들의 시선이 뭐가 중요해? 내가 좋으면 그만인데". 그들만의 강박은 시청 순간순간 작은 소름마저 돋게 만든다.
계층적 특권을 대물림해서 위세를 보여야 가족 모두의 성취를 느끼는 강박적 욕망에 지배되는 한 자아실현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는 그저 수사(修辭)일 뿐이다. 교육부 장관조차 'SKY캐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들어 드라마를 봤다"면서 "과도한 부분이 있긴 한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명문대 진학에 매몰된 입시 교육의 병폐와 모순은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SKY'라는 단어는 사전적 정의 외에 또 다른 의미의 고유명사가 되어버렸다.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견고한 성벽을 오르기 위해 '코디'의 힘을 빌려야 하고 '쌍둥이 아빠'의 지위도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만의 리그'가 존속되는 한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렵다고들 한다.
개천이 말라버린 것일까, 이무기로 퇴화하는 것일까. 드라마의 인기를 틈 타 '여러 종사자'들이 입시와 교육의 현실에 대해 맹공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애써 쓴 자기소개서를 '자소설'이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학교소설기록부'라고 쉽게 부른다. 한때는 교단에 몸 담았다고 과시하듯 경력으로 내건 사교육 인사들도 가세한다.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다. 불안이 커져야 반사이익을 누리는 잇속도 보인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입시란 애초 불가능하다. 어쩌면 차악(次惡)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예측 가능한 입시,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결과를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의 출발점은 학교여야 한다. 개혁의 어떤 이유를 붙여도 흔들어서 안 될 곳은 바로 학교라는 사실이다. 입시제도의 정파성을 떠나 교사에 대한 불신을 걷어내고, 학교 교육의 무력감을 해소해야 올바른 개혁의 장이 마련될 것이다.
드라마처럼 S대 의대 입학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들이 쌓은 '캐슬'이 어쩌면 '모래성'일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학생의 자기주도성이 결여된 입시 과정은 공허한 결과와 마주쳐야 옳지 않을까. 학부모가 기댈 곳이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사교육이라면 공교육 불신이라는 괴물만 양산할 뿐이다.
이제는 학교가 답할 차례다. 교육의 기회만큼은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당당하게 겨루고 노력하는 모두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야 한다.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이 좌우하는 비정상적인 입시판이 펼쳐지고 있다는 믿음이 화석처럼 굳어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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