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일일시호일

각정 스님 청련암 암주

각정 스님 청련암 암주
각정 스님 청련암 암주

사람은 기억을 완성하기 위해서 산다.

새로운 시간을 받아들이기보다는 거기에 집착하며 살아왔다. 삶이라는 단단한 껍질을 끊임없이 깨면서 태어나야 한다.

오모리 다츠시 감독의 다도를 주제로 한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을 관람했다.

75세의 할머니와 스무 살 노리코의 고민이 차 한 잔에 스며들었다. 취업의 문턱과 귀를 막고 싶은 사건들, 사랑한 가족이 밥 한 끼 같이 못 하고 어느 날 봄날의 벚꽃처럼 훅하고 사라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차 한 잔을 준비하고 만들며 도구를 사용하는 동작과 순서들을 익숙하게 다룰 때까지 반복적으로 진행되어졌다.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상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자연스럽게 배어나서 마음먹은 대로 행동이 일치되어야 한다.

택암 선사가 야규 무사에게 무심(無心)검법을 가르쳤다. 비가 오는 날 선사는 야규에게 "이 비에 젖지 않는 검법을 보여 주게나"라고 말했다. 야규는 밖으로 나가 검을 뽑아들고 빗줄기를 마구 베었다. "비가 몸에 닿기 전에 베는 것이 저의 검법입니다." "그런 게 자네 검법이라고? 내가 무심검법을 보여주지." 선사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냥 우두커니 서서 비에 흠뻑 젖은 뒤 말했다. "자, 나는 비와 하나가 되었네, 자네는 비와 자신을 나누어 생각하니 베려고만 하는 것 아닌가, 내 검법은 바로 이것이네."

일기일회(一期一會). 벚꽃이 아름다운 것은 겨우 일주일이다. 그 일주일을 필사적으로 만개하려고 365일 51주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 기나긴 준비로 한 번의 기회와 한 번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완전하다는 것은 완전에 이르기 전의 불안전이 아닌, 완전을 한 번 넘어선 불안전이다. 거기에 자신을 보고 호흡하며 간격과 거리를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중국 남부에 원류를 두고 있는 차는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서 다양한 방식으로 문화를 뿌리내렸다. 서쪽으로 전해지면서 유럽의 홍차 문화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선불교가 맛과 향이 점다(點茶)의 즐거움을 누리며 말차 문화를 녹차와 함께 꽃피우게 되었다. 차 문화는 정원과 건축 그리고 도자기와 음식까지 확장되었다.

우리는 시서화(詩書畵)를 통한 감성교육에 공을 들여 자연과 하나 된 주택과 정원처럼 꾸민 보길도 원림, 이언직의 독락당, 한편의 시 같은 소쇄원, 다산 초당 등이 일본의 정원과는 그 모습이 크게 다른 것이다.

일본에는 리큐 거사의 다도 7칙이 전해져온다.

1. 꽃은 들에 핀 꽃과 같이

2. 숯은 물이 잘 끓도록

3. 여름은 시원하게

4. 겨울은 따뜻하게

5. 정해진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6. 비가 오지 않더라도 비옷을 준비하고

7.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도록 한다.

한 잔의 차는 한 잔의 평화이다.

리큐는 '차는 마시기 좋게 달여야 한다'고 가르친다.

도구를 갖추고 물의 온도를 조절하여 차의 분량을 맞추어 차 솔을 저어서 동산에 달이 떠오르듯 말차가 일어나는 것이다.

영화 속에는 일본 최고의 차실인 불심암(不審菴)이 무대가 되었다.

중요한 것 하나면 충분하다고 한다.

매일 매일이 좋은 날

Every day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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