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카이캐슬' 속에서 주인공들은 자녀를 원하는 대학에 보내고자 갖은 욕망을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다소 과장된 묘사로 인해 사교육에 대한 왜곡된 환상,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나타난 입시의 모습은 과연 교육현장의 실제와 얼마나 가까울까. 사교육을 맹신하는 분위기 속에서 공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입지를 다져야 할까.
매일신문은 다음 달 1일 스카이캐슬 종영을 앞두고 '내가 본 스카이캐슬, 대구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주제로 학부모, 사교육계, 교사, 대구시교육청 등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토론회를 마련했다. 토론회는 24일 대구시교육청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이석수 매일신문 교육학술부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개인 컨설팅은 기본, 원정 진로코칭도
스카이캐슬에서는 우수한 실력의 입시 코디네이터 선점 등을 위해 엄마들이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포함한 현 대학 입시체제에서 학부모들은 실제로 자녀 관리에 어디까지 개입할까.
고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수영 씨는 "기본적으로 개인 컨설팅을 통해 고교 입학 때부터 진로를 확실히 정한다"며 "컨설턴트가 의대에 진학한 학생의 정보를 수집해 필수 독서 목록이나 동아리 등 활동을 정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성구의 경우 공립고, 사립고할 것 없이 개인 컨설팅은 거의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자녀가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는 이상은 씨는 "아이들에게만 진로 설정, 진학을 맡기기엔 사실 불안하다"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물지않나. 부모의 정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중3 때부터 각종 학부모 밴드 등으로 진학정보 수집에 나섰다"고 했다.
학부모 곽정혜 씨는 "고1부터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고 드라마의 입시 코디처럼 아이 성향 파악과 진로코칭에 특화된 전문가를 찾는 학부모들이 실제로도 많다"며 "주말이나 방학을 이용해 대구를 떠나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원정 코칭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사교육 현장에서 본 학부모들은 대부분 '절 모르고 시주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스카이캐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시 코디를 향한 맹목적 믿음은 결국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사교육의 영리 추구와 결합한 결과"라며 "사회적으로 일자리난이 가중되는 데에 대한 불안도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욕망의 근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장된 묘사, 교육 현장에 대한 불신 초래
극 중 엄마들은 자녀의 서울대 의대 합격을 위해 앞서 합격한 학생의 비교과 활동 내용을 담은 '포트폴리오' 확보에 혈안이 되고, 독서활동 목록을 쓰기 위해 스카이캐슬 내에서 독서토론을 진행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는 모두 실제 입시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별도의 포트폴리오가 아닌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평가하며, 생활기록부는 교내활동에 한해 기재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이뤄지는 독서토론이 전혀 영향력 없는 활동이라는 것이다.
도규태 대구시진학진로지원단장(경북대사대부고 교사)은 "시청자 흡수를 위해 과장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넣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드라마지만, 과장된 묘사를 학부모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어 "어려운 책을 읽고 토론했다는 기록은 쓸 수 있을지 모르나, 면접에서 질문을 받게되면 답변이 막히게 되고 발목을 잡을 수 있다"며 "이렇게 불공정한 모습을 담은 몇몇 장면들로 인해 교육 현장에 대한 불신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학교에 답이 있다
그렇다면 현 입시제도 하에서 바람직한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학교 안에서 그 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 단장은 "학부모들이 학교 밖에서 자녀를 위해 투자하는 것은 곧 신경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효성은 없지만 일단의 안도를 위한 것"이라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학교 안에서의 활동"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입시 정보제공 행사에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무작정 불신만 갖고 있는 것도 한편으로 문제"라고 말했다.
학부모 이상은 씨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가장 믿고 기댈 수 있도록 정보력과 지도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도 "실제로는 선생님들이 학생을 대하는 관심도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이 현실"이러고 꼬집었다.
예용대 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는 "10여년 전 입학사정관제가 시행되면서 '스펙을 쌓아야 좋은 대학에 간다'는 막연한 오해가 학종에 대한 불신의 출발점이 됐다"며 "스펙이 능사인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기본적인 학교 생활과 기초 학업에 충실한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참여형 수업을 늘리는 동시에 교사들이 학생들 개개인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선도적으로 정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며 "올 3월부터 교육청에 전직 대학입학사정관을 초빙한 대입내비게이션센터를 개설하고, 학생 성장이력기록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학교의 역할을 충분히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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