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퇴 거부 괘씸죄? 문경 A농협, 前 전무에 창고근무·잔심부름 2년간 '뺑뺑이'

문경의 한 농협과 조합장이 명예퇴직을 거부하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한 전직 전무에게 서류창고 대기발령, 작업장 잔심부름, 주유소 근무 등 2년간 8차례나 속칭 '뺑뺑이'를 돌려 보복성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곳 전직 전무 K(59) 씨는 한 때 조합장과 1년 동안 함께 이 농협을 이끌었는데 임금피크제 첫 적용부터 월급의 40%만 받고 평균 3개월마다 8곳의 말단급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말 문경 A농협은 2017년부터 만 57세가 되는 7명을 대상으로 명퇴와 임금피크제 중에서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농협 내에서는 임금피크 조건이 첫 적용부터 월급의 40% 지급 등 다른 기관보다 좋지 않아 모두 명퇴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K씨는 국가가 정년을 60세로 정했고 아직 더 일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했다. 나머지 대상자는 모두 명퇴를 택했다.

이후 농협 측은 2017년 1월 유일한 임금피크직인 K씨에게 농협 한 지점의 작업장에서 허드렛일을 하게 했다. 3개월 뒤에는 다시 본점으로 발령을 내고 출납과 365코너 일을 맡겼다.

농협은 3개월 후 다시 업무를 바꿔 8개월 간 보험업무를 맡겼는데 실적이 낮다는 이유로 지난해 3월 급기야 서류창고로 대기발령을 냈다.

서류창고에서 어떻게 근무하느냐는 논란이 일자 17일 후 자택 근무로 바꾸더니 다시 본점으로 불러 2개월 간 보험업무를 보게 했다.

이후 지점으로 보내 4개월 간 판매 및 택배 포장일을 맡겼고, 지난해 11월 26일부터 현재까지는 농협주유소에서 주유 업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농협에선 K씨처럼 농협 최고 간부 등급인 M급으로 분류되면 임금피크직이 돼도 예우 차원에서 최하 팀장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조합원은 물론 농협 내부에서도 "일방적으로 해고를 하지 못하니 모욕을 줘 스스로 나가게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명퇴 거부로 부당한 처우를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정년이 2년 남은 K씨는 "평생 농협을 위해 일했는데 모욕적인 인사 조치와 갑질 탓에 기가 막힌 심정이다"며 "자존감 상실 등 정신적 충격으로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A농협 조합장은 "명퇴를 하지 않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불이익이 있을 거라고 얘기를 했다"며 "본인이 어려운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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