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SKY 욕망 대물림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웃더라고요. 아들에게 이 나라 헌법이 국민에게 바라는 네 가지 의무를 다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더니 보인 반응입니다."

지인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헌법에서 말한 네 가지 의무를 꼼꼼하게 살펴보면 과연 웃을 만도 하다. 나라 지키기(국방), 꼬박꼬박 각종 세금 내기(납세), 자녀 가르치기(교육), 나라에서 혹 시키는 일(근로)의 의무를 잘 따르고 지키는 바가 실제로 쉽지 않은 탓이다.

가짜 진단서와 부모 배경, 종교적 양심 등 온갖 구실로 요리조리 빠지는 국방에 응하고, 전문가를 앞세운 절세·탈세 물결 속에도 세금은 떼어먹지 말고, 자녀 대학 졸업까지 드는 4억원(보건복지부)도 대고, 나라의 또 다른 부름에 나서라고 강요(?)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들은 달리 말한 모양이다. "아버지가 계시기에 오늘 제가 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한 가정을 맡아 이끄는 부모를 떠올리며 버티었고, 제대한 군 복무 외의 일도 잊지 않겠노라 대답했다는 아들의 이야기가 오래 남는다.

지금, 이름난 '서울의 세 대학교' 입학을 겨냥해 이 나라의 가진 부모들이 표출하는 욕망과 사연을 다룬, TV 드라마의 극 중 모습이 온통 세간의 관심사다. 고액 과외 등 보통의 부모에겐 나라 밖 일 같은 현상에 정부까지 나서 대책을 세운다고 소란들이니.

대구에서도 이런 여파 탓인지 지난 24일, 대구 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찾고자 여러 교육인들이 모였다. 이들의 목소리는 "결국 학교에 답이 있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이르렀지만 학교가 과연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방송 내용이나 나라 현실은 가진 사람이 더 갖고 누리는 삶이다. 게다가 아이들마저 그런 흐름이지 않은가.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의 3년 조사가 그렇다. '10억원 생기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 가도 괜찮다'는 2012년의 초(12%), 중(28%), 고교생(44%) 응답이 해마다 늘어나 2015년에는 17%, 39%, 56%로 나타났다.

서울의 세 대학에 들어가 나오면 더 벌고, 더 갖고, 더 누릴 것이라는 부모의 욕망이 자녀에게 전해진 꼴이다. 아들에게 헌법이 정한 네 가지 할 일을 주문했다는 한 가장이 떠오르는 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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