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 각각의 환경 이해하고 학습
기업 돕는 효율적 리드가 관의 역할
혜안 있는 전문 공무원 체계적 육성
시너지 높여나가는 정책 수립 필수
지난 지면에 '지역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산학연관의 역할' 중 기업과 대학의 역할, 연구소의 역할을 두 차례에 걸쳐 썼다.
이번 지면에는 산학연 협력 효율화를 위한 관(官)의 역할에 대해 소개하려 한다.
1월 중순에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오토모티브 월드에 다녀왔다. 자동차 경량화, 스마트 팩토리, 웨어러블 디바이스, 로봇, 전자 등 12개 분야의 기술전시회와 세미나가 동시에 진행됐다. 넓은 전시 공간에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전시장은 '모노즈쿠리'로 무장된 제조업 강국, 일본의 잠재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모노즈쿠리는 물건과 만들기를 의미하는 일본어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일본의 장인정신을 의미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사흘 내내 방문객 숫자가 줄지 않고, 주말이자 마지막 날이었던 금요일에도 끝나는 시간까지 줄지 않는 전시장 방문객을 보고 경이로운 생각과 함께 왜 일본의 제조업이 강할 수밖에 없는지 느낄 수 있었다. 전시장 방문객은 설계개발연구 같은 전문 분야가 적힌 배지(badge)를 목에 걸고 다녀야 하는데, 전시장에선 관공청이라 적힌 배지를 건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어떤 분이 전시장 부스에 장시간 머물면서 두툼한 노트에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고 있어 다가가 보았더니 전시된 기술의 개념을 노트에 옮겨 적고 있었다. 마치 학생이 선생님이 내준 숙제를 하듯이. 공무원인 것 같은데 무엇을 그렇게 적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기 지역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기술 분야라서 '열공' 중이라 했다. 이런 열정으로 관청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공무원들이 지금의 일본을 만들었을 것이다.
우리는 산학연관이라는 용어에 익숙하다. 그런데 바람직한 관의 역할은 무엇일까? 관은 산학연이 처해진 각각의 환경을 잘 이해하고 학습한 뒤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산학연 협력을 효율적으로 리드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 기업 기술을 멀리하는 교수와 연구원들을 기업 가까이로 유인해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학연관으로부터 받는 것에만 익숙해져 있는 기업이 산학연 쌍방 협력에 적극 참여하여 시너지를 높이도록 정책을 수립하는 것도 관의 몫이다.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 위기에 함께 대처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으로 대부분 채워지는 지역 기업의 생존이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관은 산학연을 아우를 수 있는 전문가를 두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석사 위에 박사 있고, 박사 위에 주사가 있다고 한다. 예산을 지원하고 숙제만 안기는 역할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지역에서 산학연 업무는 잘나가는 공무원이 맡는 분위기가 아니다. 쉽지 않은 기업 기술은 물론 교수와 연구원이 하는 연구 분야를 이해하고 지역 산업의 미래를 기획해야 하는 산학연 업무는 넓고 지식과 깊은 전문성, 미래를 보는 혜안이 요구되는 자리다. 산학연 전문 공무원은 의도적으로 육성되어야 하며, 끊임없는 학습과 전문성이 필요하므로 연속성이 있도록 순환 보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이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소비자 가전쇼인 'CES 2019'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비롯한 많은 고위 공무원들이 참석했다. 기업 입장에서 CES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현장이다. CES를 방문한 우리 지역의 공무원들이 무엇을 학습했는지 그들의 출장보고서가 궁금하다.
필자는 이 글이 끝나면 오토모티브 월드 출장에서 받아온 100여 개 기업의 기술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를 만들 예정이다. 이 자료는 세미나를 통해 지역 기업에 전파될 것이고, 학생들 수업시간에도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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