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프간 평화 갈 길 멀다...탈레반과 미군 철수 합의했지만 난제 수두룩

미·탈레반 도하 협상서 극적 성과…'미군 18개월 내 철수' 가능성
철군 시기·아프간 정부-탈레반 갈등 등 과제…"악마는 디테일에"

아프가니스탄 내전을 종식하려는 미국과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이 미군 철수를 핵심으로 하는 합의안에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평화까지 갈 길은 멀다는 지적이다.

28일 현지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대표단과 아프간 무장조직 탈레반 측은 카타르 도하에서 지난 21일부터 6일 연속 협상을 벌인 결과 양측이 현지 주둔 외국군을 18개월 이내에 철수시킨다는 평화협정 초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탈레반으로부터 아프간 영토 내에 알카에다 같은 국제테러조직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그 대가로 미군을 철수하는 쪽으로 협상이 진행됐다.

이번 합의는 내전 발발 후 가장 뚜렷한 진전이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아프간에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평화협상이 추진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미국-탈레반 간 포로-죄수 맞교환, 아프간 문제 논의를 위한 카타르 정치사무소 개설 등 간간이 성과가 있었지만, 고비 때마다 협상 당사자 간에 이견이 불거졌다.

그러나, 아프간에 평화가 완전히 정착되려면 많은 가시밭길을 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 철수 규모와 시기, 철수 후 전력 공백 우려,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 간 대립, 탈레반 치하의 여성 인권 문제 등 각종 난제가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우선, 양측이 미군 철수에 원칙적으로 합의한다고 할지라도 1만4천명 규모인 미군을 언제 어떻게 어떤 규모로 발을 빼게 할지 더 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와 협상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아프간 정부 체제에 순순히 편입할지도 의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탈레반은 2001년 이후 현재 가장 강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2015년 72%에 달했던 아프간 정부 장악 지역이 최근 56%로 떨어졌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은 40% 아래라는 분석도 있다.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전력 공백이 생겨 오히려 또 다른 혼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강해지면 현지 여성의 인권도 더 위협받게 된다.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에 따른 국가 건설을 주장하는 탈레반은 여자 어린이 교육 금지,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 등 여성의 삶을 강하게 규제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와 관련한 미국 내 비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다"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시리아 등 세계 분쟁지역에서 발을 빼고 있다. 하지만 시리아 주둔 미군 수의 7배가 투입된 아프간에서 미국이 갑자기 철수하게 되면 그간 미국이 현지에서 공들인 테러 억제 노력 등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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