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타임캡슐] 귀성열차

1966년 매일신문 사진기자에 잡힌 대구역의 모습
명절이면 북적이는 국제공항 탑승장
기어코 가려했던 고향, 지금도 그리운 곳인가요

고향 가는 길은 전쟁이었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어쨌든 객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서서 가는 입석이라도, 객차 선반에 얹혀 가도 성공이었다. 할 수만 있다면 새치기는 물론이고 무임승차도 일단 하고 봤다.

1966년 설을 앞두고 귀성 열차를 타려는 이들의 모습이다. 본지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힌 건 새치기 현장. 줄서기는 기초질서라지만 알고서도 좀체 지키기 힘들었다. 줄을 지키면 고향에 갈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그만큼 기어코 가야 하는 고향이었다. 양장을 차려입고도 새치기를 감행해야 했던 여성의 뒷모습에 절박함이 읽힌다.

지금이야 매주 집에 갈 수도 있는 걸 본인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지 않는 게 다반사다. 명절은 대도시에 돈 벌러 나왔던 이들이 선물을 싸 들고, 새 옷을 차려입고 1년에 2번 고향으로 가던 날이었다.

대도시에서 어엿하게 잘 살고 있다는 걸 입증하는 날이기도 했다. 그 속에는 10대 중반 청소년들도 더러 있었다.

부모님 곁을 일찍 떠나 제 한 몸 잘 건사하고 있음을 보여드리는 게 효도였다. 회사에서 전세버스라도 마련해주면 감지덕지했다. '회사에서 내준 전세버스를 타고 편하게 왔다'는 말은 '우리 아이가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동네에 자랑할 만한 척도가 됐다.

설 연휴의 시작이다. 전 국민의 마이카 시대는 진작 열렸고, 고속도로는 넓어졌고, 기차는 빨라졌다. 한편에선 명절 연휴 때마다 해외여행객이 밀려든다는 소식이다. 그때 우리가 기어이 가려 했던 고향 집, 지금도 가고들 계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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