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구를 지켜라" 친환경 포장으로 소비자 공략하는 기업들

플라스틱 대신 종이 쓰고 분리수거나 재활용 쉽게 변형, 설 선물 친환경 포장 크게 늘었네
삼성전자·오리온도 친환경 포장 적용제품 확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

UN의 환경활동을 조정하고 촉진하는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2015년 3억톤에 이르렀다. 이 가운데 47%는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다.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연간 1천300만톤. 각종 수산물에서 발견되는 미세플라스틱은 환경 오염의 부메랑이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친환경'을 넘여 '필(必)환경'이라는 말까지 등장한 지금,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높아진 만큼 기업들도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을 맞아 친환경 포장이 적용된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기존 폴리에틸렌 소재 대신 종이 재질 완충재를 사용해 재활용이 쉽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을 맞아 친환경 포장이 적용된 과일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기존 폴리에틸렌 소재 대신 종이 재질 완충재를 사용해 재활용이 쉽고 오염물질 배출이 적다. 현대백화점 제공.

◆ 설 선물 친환경 포장 눈치 채셨나요?

최근 유통업계는 폐기물 줄이기에 적극 나섰다. 백화점은 올 설 선물세트에 친환경 포장재를 대폭 적용했고 대형마트도 비닐 사용을 줄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설에 전체 과일 선물세트의 40% 수준인 1만 세트에 종이 포장재를 적용했다. 추석에는 전 과일 선물세트에 순차적으로 확대도입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동안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과일 선물세트 내부 포장재로는 주로 폴리에틸렌 소재가 쓰였다. 종이 포장재는 상자 당 1천300~1천800원으로 폴리에틸렌 소재 포장재 가격(400~600원)에 비해 3배 정도 비싸지만 환경친화적이다.

신세계도 이번 설 선물세트에 나무와 천 포장을 모두 없애고 재활용이 쉬운 종이박스를 도입했다. 일반쓰레기로 종량제봉투에 버려야했던 보냉팩을, 이제는 뜯어서 물을 배출하고 비닐은 분리수거 할 수 있게 바꿨다.

대형마트도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했다. 이마트는 채소나 과일, 생선 구매 시 쓰는 롤 비닐 사용량을 올해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절감 목표는 총 1억장 수준으로, 내달부터는 비치 장소도 지난해 4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상품 포장방식도 개선한다. 회 접시 등의 용도로 사용하던 플라스틱 유색 코팅트레이 34종은 재활용에 적합한 친환경 무색 무코팅 트레이 13종으로 교체한다. 농·수산코너와 조리식품에 쓰던 PVC랩도 올 상반기 사용 중단을 목표로 대체재 검토에 나선다.

롯데백화점과 마트도 지난해 6월부터 일회용품 줄이기 캠페인을 진행하며 대대적인 쓰레기 줄이기에 나서는 중이다. 점포에서 소모품으로 사용하는 랩·에어캡·우산 비닐 등에 일정량 재활용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생산자에게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 대상에 포함해 관리하고 있다. 또 대여용 장바구니를 운영해 비닐봉투 및 일회용 종이 쇼핑백을 줄이고 있다.

◆ 제조업에도 친환경 바람

제조업체가 포장재를 줄이거나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올해부터 환경 보호를 위해 제품 포장재에 플라스틱과 비닐 대신 종이와 친환경 소재를 단계적으로 적용키로 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 출시하는 휴대폰, 태블릿, 웨어러블 제품 등에 대해 올 상반기부터 비닐 포장재 대신 종이나 다른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기로 했다. 제품을 거치하던 플라스틱 재질 용기는 종이나 펄프 몰드로 변경한다. 포장재 업계 관계자는 "펄프 몰드는 폐신문지, 폐골판지를 주 원료로 해 만드는 포장재로 재생원료를 사용하는데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두께에 비해 강도도 높고 완충력이 뛰어난데다 다양한 형태로 성형이 가능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TV와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제품의 비닐 포장에도 재생소재, 바이오 소재 등 친환경 소재를 점차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한국환경포장진흥원이 주최하는
지난해 12월 환경부와 한국환경포장진흥원이 주최하는 '그린패키징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오리온의 '디저트 초코파이'. 이 제품은 플라스틱 대신 종이를 사용하고 인쇄도 하지 않아 높게 평가 받았다. 오리온 제공.

포장에 비해 빈약한 내용물로 '질소를 사면 과자가 덤'이라는 비아냥을 듣던 제과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 오리온은 2014년 대학생 2명이 과자봉지로 만든 뗏목을 탄 채 한강을 건너며 제과업계 과대 포장을 비판한 이후 '착한 포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리온은 이때 초코파이, 포카칩, 오징어땅콩 등 주력제품 가격을 동결한 채 내용물 양을 늘렸다. 스낵 제품 포장재 면적도 7~21% 줄였고 제품 내 빈 공간 비율은 25% 미만으로 줄었다. 포장 디자인을 단순화하고 인쇄도수를 낮춰 연간 잉크 사용량도 약 88톤이 줄었다.

지난해 9월에는 제과업계 최초로 초코파이 등 오리온 12개 제품의 포장이 환경부 '녹색 인증'을 획득했다. 녹색인증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기술을 적용한 제품에 부여된다. 오리온은 협력사와 2년간 공동 연구 끝에 인체에 유해한 휘발성 유기화합용제를 사용하지 않은 포장재를 개발했고, 유해물질인 총미연소탄화수소와 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을 각각 83%, 75% 줄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매출에 직접적 도움을 기대하고 포장을 바꾼 것은 아니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투자한 부분"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전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부도 과대 포장 축소 및 친환경 소재 사용 촉진에 나선다. 환경부는 지난달 16일부터 40일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자원재활용법)' 하위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 불필요한 이중포장 금지, 과대 포장 규제 대상 확대, 제품 대비 과대한 포장 방지가 주요 내용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형마트 등에서 1+1 제품이나 증정품을 엮은 상품을 이중으로 포장하지 못하게 된다. '뽁뽁이'로 불리는 비닐 재질 완충재나 신선제품에 들어가는 아이스팩도 친환경제품으로 대체된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