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견학한다며 도우미 부르고 유흥 즐긴 상주원예농협 임원들

상주원예농협 임원들이 우수 농협 견학을 핑계로 부적절한 '묻지마 관광'을 다니다 결국 꼬리가 밟혔다. 한 참석자의 폭로로 뒤늦게 드러난 상주원예농협의 이런 일탈은 선진지 연수를 핑계로 미국·캐나다 관광을 하다가 가이드 폭행 등 추문을 일으킨 예천군의회 사태와 꼭 빼닮았다. 겉으로는 공적인 행사를 명분으로 끌어대고는 정작 국민 혈세나 조합 예산 등 공금으로 술판을 벌이고 범법에다 추문까지 일으켜 국가와 지역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는 점에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발단은 상주원예농협 조합장 등 임원 10여 명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선진지 농협 견학을 앞세워 부산·포항을 방문하면서다. 그런데 대구와 구미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성들을 전세버스에 동승시키고 목적지에서는 일정을 아예 내팽개친 채 음주·가무 등 유흥을 즐겼다는 것이 현재까지 드러난 사태의 전모다. 당시 행사에 함께 참석한 한 임원이 실태를 폭로한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조합 임원들의 비위와 그릇된 처신을 따지는 자체 감사조차 '문제될 것이 없다'며 결론짓고 그냥 넘어간 점이다. 게다가 동원된 여성들 경비를 임원이 나눠 부담한 것으로 입을 맞추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드러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 폭로에 비춰볼 때 상주원예농협 사태는 도덕적 해이를 넘어 윤리의식의 마비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상주원예농협은 더 이상 구차한 변명이나 거짓 해명으로 본질을 피해갈 것이 아니라 부끄러운 처신을 먼저 반성하고 응당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남사스러운 일로 시민들이 얼굴을 붉히고 쥐구멍부터 찾아야 하나. 일각에서는 오는 3월 예정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음모론' 주장까지 나오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있었던 일을 모두 덮을 수는 없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참가 임원들이 모두 사퇴하는 것만이 상주 이미지 악화와 사태의 파문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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