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수석출(落水石出). 물이 빠지고 나면 돌이 드러난다는 뜻이죠. 사부대중 누구나 부단한 수행으로 마음을 갈고 닦으면 실현 가능한 진리인 행복이라는 희망의 언덕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29세에 출가해 30여 년 수행자의 길을 걷고 있는 대덕산 백련사 주지 법웅(63)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도, 인간의 삶도 궁극적 목표는 행복에 이르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웅 스님은 대구 수성구 범물동 진밭골 용지봉 아래 소담한 절을 짓고 수행하고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 1일은 전날 내린 눈이 진밭골을 한폭의 동양화로 그려놓았다. 사찰 마당에도 눈이 10㎝ 가량 쌓여 있다. 대웅전에서 울려퍼지는 풍경 소리는 하얀 눈처럼 속세의 마음을 걷어내는 것 같았다.
"스님이 법당에 앉아 불경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해야 불도 정진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법웅 스님은 대구경북 도반들 사이에 '테니스 치는 스님'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지역에서 30여 년간 테니스 라켓을 잡고 있는 스님은 아마 법웅 스님이 유일하다. 세간에선 스님이 라켓을 잡고 있는 것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웅 스님에게 테니스는 하나의 마음수행이자 힐링요법이다. 그래서 생활체육 테니스 조기회 1곳, 클럽 2곳에 가입해 일주일에 적게는 한 번, 많게는 세 번 산문을 나서 세속인과 테니스를 치고 있는 것이다.
"테니스를 치면서 3가지를 깨닫고 있어요. 하나는 기다림의 미학입니다. 경기 중에 급하게 공을 처리하기보다 조금 참다보면 득점의 찬스가 오는 것을 알았죠. 둘은 소통과 배려입니다. 세속의 사람과 인연을 엮어 서로 신뢰하고 화합하고 상생하는 철학을 알게 됐지요. 셋은 건강을 챙길 수 있어서 좋아요. 심신이 강화되니까 신행생활도 잘됩니다."
그는 주로 한 팀에 4명이 뛰는 복식경기를 한다. 포지션은 네트 앞쪽. 발리 기술이 뛰어나 득점을 잘 올린다. 실력은 동호인들 사이 중간 이상 된다. 게임을 훤히 꿰뚫고 있어 '대사님'이란 별칭도 얻었다. 경기 중에 파이팅을 잘 외쳐 분위기 메이커 역할도 한다. 2015년 전국 생활체육 동호인 테니스대회 장년 부문 대구 대표 선수로 뛰었으며 지역 테니스 대회에도 수차례 출전하기도 했다.
"테니스란 운동은 하면할수록 어렵고 힘들어요. 모든 운동이 그러하듯 많은 슬럼프를 겪고 난 후에야 한 단계 올라설 수 있죠."
법웅 스님은 사실 학창시절, 군생활 때도 테니스를 쳤다. 하지만 1982년 전역 후 6개월간 허리요통으로 식물인간처럼 누워 생활했다. 우선 사람이 일어나야 걸을 수 있겠다 싶었다. 자가치료요법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일어났다. 이제 테니스는 법웅 스님에게 건강을 담보해주는 운동이 돼버렸다.
법웅 스님은 부처님의 자비 정신을 세속에 나누고 있다. 12월 동지에는 범물동 지역주민을 찾아 팥죽 1천그릇 나눔을 3년째 하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는 재능기부로 당제에 참여해 주민 안녕 및 평화 집전을 16년째 하고 있다. 사찰도 24시간 개방해 오고가는 등산객들에게 물 한모금을 제공하는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법웅 스님은 2010년 대구불교총연합회 결성에 참여, 현재까지 이사를 맡고 있다. 대덕산 백련사는 대한불교 관음종 대구경북 종무원 직할종찰로 1992년 지산 본동에서 이곳으로 이운, 중창한 관음천불 기도도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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