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오디션 무난하게 치렀지만
꽃가마 원하는 샌님 이미지 여전
한국당 넘어 우파의 희망 되려면
국민과 황교안의 비전 공유해야
설 연휴 주요 화제 중 하나는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였다. 정확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이하 호칭 생략)의 정치적 생존에 대한 관심이다.
황교안이냐, 아니냐? 선거가 이렇게 전개되면 여타 후보들은 쉽지 않은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선거 이슈의 각종 프레이밍을 황교안이 선점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선두에게 가산점을 주게 되는 밴드왜건 효과(bandwagon effect) 역시 황교안에게 흘러가고 있다. 지나고 보면,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불출마를 압박한 게 황교안에게는 플러스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짜고 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펙터클한 안착을 도와주었다. 황교안이 슬쩍 입당해 출마선언을 했더라면, 훨씬 더 많은 자격 시비에 휩싸일 수 있었고 재미도 없었을 것이다.
정치 신인 황교안은 데뷔 오디션도 비교적 무난하게 치렀다. 입당의 타이밍이 적절했고, 출마선언문의 내용도 보수 유권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불과 한 달 전 황교안이 출마할 것이냐를 두고 호사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많았다. 당시만 해도 좌고우면하다가 기회를 놓칠 것이라는 전망이 꽤 있었다. 이런 전망은 대부분 황교안의 고급스러운 이력에서 출발했다. 고물상집 아들이라고 하지만, 엘리트 공안검사 출신에다 무거운 중저음의 목소리만 보면, 바늘 하나 들어갈 게 없는 샌님 스타일이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기가 막히게 좋은 관운은 정치에서도 '꽃가마'를 원할 것이라는 예상을 만들고 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유명세를 탔던 이회창 전 총리도 정치 입문만큼은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돼 이듬해 대표로 추대됐다. 이게 꽃가마 정치인의 원조가 된 셈이다. 이회창 개인 이미지에 기득권이라는 딱지가 따라붙은 원인도 되었다. 황교안은 적어도 이와는 달랐다.
한국당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컨벤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좀처럼 꿈쩍 않던 당 지지율이 3%포인트 이상 올랐다. 조만간 30%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마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황교안 굳히기가 진행될수록 흔들기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다. 후발 주자의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기울어진 언론 환경에서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황교안이 가진 내재적 결점이 튀어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떠나, 황교안의 비전에 대한 공유가 절실하다. 왜 정치를 하려고 하며,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에 대한 공감이 부족한 상태다. 이건 황교안뿐 아니라 우파의 희망이 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풀어내야 할 시급한 과제다.
미국 정치사에서 우파가 폭망했다가 빠르게 되살아난 두 번의 사례를 벤치마킹한다면, 레이건 혁명과 깅리치 혁명을 들 수 있다. 1974년 리처드 닉슨의 하야로 공화당은 적어도 한 세대 이상 집권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6년 뒤 지미 카터라는 미숙한 약체 정치인을 만난 덕도 있지만 탄핵 이후 공화당 지지층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상태에서 로널드 레이건의 집권은 혁명적인 일이었다. 강한 미국을 내건 레이건은 우파의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뛰어난 공감능력으로 대중에게 어필했다. 우파의 가치를 잘 구현할 인물이 아니라, 그 가치를 잘 전달할 사람이 필요했고, 위대한 커뮤니케이터(great communicator)가 된 것이다. 이미 보수층의 지원을 업은 만큼, 황교안을 거부하는 중도층에도 적극 어필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황교안이 꿈꾸는 미래가 공동체의 비전과 다르지 않음을, 더 나아가 훨씬 더 정상적인 일임을 입증해야 한다. 한국당의 대표는 당이 아니라 공동체의 수호자이다.
깅리치 혁명은 한국에서 우파가 2020년 총선에서 압승하는 것과 같은 기적적(?)인 일과 관계돼 있지만, 당 대표가 된 이후의 과제이다. 이 역시 공감이 원칙이다.
샌님 황교안이 누구도 꺾을 수 없는 '무적황대'가 되고 싶다면, 당이라는 좁은 틀을 넘어서 국민들에게 비전이 공유되어야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황교안이 꿈꾸는 세상을 잘 알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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