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도시국가 중 하나였던 이타카 왕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는 이겼지만 돌아올 때 죽을 고생을 하고 10년 만에 겨우 귀국한다. 트로이 전쟁은 웃기지도 않는 일로 시작이 된다. 멍청한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가 아내 헬레네가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 눈이 맞아 야반도주를 하게 되자 그의 형 아가멤논(미케네의 왕)에게 아내를 찾아 달라고 징징대며 하소연하여 일어난 전쟁이다. 그리스 연합군은 10년 동안 트로이에서 고전을 하다 나무 말을 만들어 성에 침투하는 묘책을 써서 겨우 이기게 되고 집나간 여자 헬레네도 되찾게 된다. 연합군의 모든 왕들은 종전 후 바로 귀국을 하지만 오디세우스만은 쉽게 돌아오지 못한다.
오디세우스는 귀국 항해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인 거인 애꾸눈 폴리페모스에게 잡혔을 때 거인의 한개 남은 눈을 불에 달군 말뚝으로 찌르고 도망한 사건 때문에 일이 커진다. 그리스 신들 중에서도 상위 계급인 포세이돈 아들의 눈을 완전봉사로 만들었으니 저주받는 항해가 시작된 것이다. 귀국 도중에 식인 거인족을 만나 그의 병사들이 많이 잡아먹히는가 하면 구사일생 몇 안 남은 군인들은 요정 키르케를 만나 마술에 걸려 돼지가 되기도 한다.
화부단행(禍不單行), 운 나쁘게도 몇 안 되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은 세이렌(영어로 사이렌) 자매들이 사는 안테모사 바위 옆에 까지 가게 된다. 요정 세이렌들은 강의 신 아켈로스와 무사 여신 멜포메네의 딸들로 페이시노에, 아글라오페, 텔크시에페이아 등이다.
이것들의 모습은 그리스 때는 여인의 얼굴에 새의 몸통과 날개, 다리를 지닌 모습으로 그려지고 로마시대에는 몸과 얼굴은 여인이지만 새의 다리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모습이다. 중세시대 후반 부터 이 새의 복합체에서 물고기의 꼬리가 합쳐진 인어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세이렌들은 미모에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 항해하는 선원들을 유혹해서 잠들게 한 다음 잡아먹거나 죽이는 잔인한 괴물들이다.
오디세우스는 항해 중에 아이아이라는 섬에서 마녀 키르케를 만나 1년간 동거하고 헤어지는데 떠날 때 마녀가 세일렌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선원들은 귀를 밀랍으로 단단히 틀어막게 하고 오디세우스는 돛대에 손과 발을 밧줄로 묶은 덕에 세이렌들의 유혹을 받고도 다가가지 않아 난파하지 않고 귀국을 하게 된다.
대구는 한국 동해의 배후도시일 뿐인데 여기저기 그리스 지중해의 세이렌의 고혹(蠱惑)적인 노랫소리가 사이렌처럼 울린다. 반반한 거리에는 세이렌의 그림이 그려진 많은 커피 집이 있다. 그 가계의 상호도 소설 백경(白鯨)의 선원 이름인 스타벅스인데 본사가 항구 도시 시애틀에 있어선지 모두가 바다와 관계있는 이름들이다.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면 뱃사람들은 그들의 목숨을 바쳤지만 대구 세이렌이 노래를 부르면 시민들은 돈을 갖다 바친다. 깔끔하고 고급스런 이 집에서 비싼 커피를 마시고 있노라면 나도 어쩐지 고뇌에 찬 지성인처럼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남자들은 세이렌의 미모와 노래에 혹해 모이고 여자들은 스타벅스의 근육질 매력에 모여든다. 사랑방이 없어진 현대의 메마른 도시에는 바다 내음나는 항구와 성욕이 진동하는 요정과 오디세우스의 용맹정진의 향기로 가득한 차집이 있다. 시민들은 리듬 엔 블루스를 들으며 자존(自尊)을 컵에 담아 마신다.
권영재 전 대구적십자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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