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황금돼지의 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희망과 목표로 모두가 설레기 마련이다. 금연을 만방에 공표하는 분들도 계시고 운동과 다이어트를 시작하는 '작심삼일'의 첫 날로 만드는 분들도 있다. 어쨌든 명절 긴 연휴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한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들에게 골프를 배운 중학생 손자가 있어 3대가 라운딩을 하는 기회를 이번에도 맞이했다. 골프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세월의 간극'도 가뿐히 메울 수 있는 훌륭한 스포츠임이 틀림없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첫 번째 홀에서 티샷하기 앞서 동반자들과 그날의 핵심 룰을 정한다. 멀리건은 어떻게 할 것인지, 디봇에 공이 위치하거나 나무 같은 자연 장애물 등이 주위에 있을 때 공을 이동해도 괜찮은지 여부, 그린 위에서 'OK' 사인으로 알려진 컨시드에 대한 공통 규칙도 정한다. 이런 규칙은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멘탈 관리에도 중요하다. 가족간의 라운딩에서도 당연히 이런 절차는 지켜진다.

손자의 설익은 플레이에도 많은 감탄과 칭찬을 아낌없이 주고, 미스샷 몇 번에 낙심할까 노심초사하는 내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보통 할아버지이다. 스윙은 훌륭하지 못해도 바르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에티켓과 룰에 대해 끊임없이 잔소리를 한다. 손자의 티샷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정해놓은 규칙을 나 스스로 깨고 몇 번의 멀리건을 주려할 때마다 정중히 사양한다. 첫째 이유는 경기의 흐름을 흩트려 놓을 수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잘못된 티샷을 해결하는 것도 골프라는 것이다. 손자 사랑이 지나친 할아버지가 됐지만, 어느덧 성장한 모습에 대견함을 감출 수 없었다.
'멀리건'이라는 것은 첫 번째 티샷이 잘못됐을 때 벌타없이 치는 두 번째 샷을 말한다. 때로는 이 기회가 전화위복이 되어 베스트 홀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아주 가까운 친구들과 라운딩할 때 '노 멀리건'을 정한다. 친할수록 더 엄격한 진행방식을 택함으로서, 유쾌한 긴장감을 갖도록 하기 위함이다. 얼마 전 젊은 시절부터 친했던 친구들과 미국 서부여행을 하며 골프를 칠 기회가 있었다. 모두들 30~40년의 오랜 구력으로 실력은 비등했고, 서로에 대해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미세먼지 걱정없는 상쾌한 캘리포니아 공기와 오랜 친구들과의 여행이라는 선물앞에 모두들 인심 좋은 '꽃보다 할배'들이 되었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하고 전반이 끝나고 스코어 카드를 체크해보니 초보자보다 못한 것이 아닌가.
멀리건은 한번 더 기회를 주는 동반자들의 '아량'이다. 플레이가 순탄할 때는 크게 빛을 보지 못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재도약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플레이어들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사용한다면 전체 경기의 판도를 바꾸기도 한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멀리건을 주는 관대한 골퍼들을 만나면 다음을 약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골퍼들이 행할수 있는 동반자들에 대한 크나큰 무례함이다.
새해가 된다는 것은 인생에도 멀리건이 주어짐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지난해에 잘못했던 점, 부족했던 점을 새로 리셋(Reset)하는 시점이다.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한 해의 계획과 목표를 새로 설정하여 열심히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다만, 시의적절한 멀리건이 더 즐거운 골프인생을 약속하듯이, 우리내 인생에서 멀리건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모두에게 주어진 2019년은 도약의 첫 시작이 되길 빌어본다.
골프 칼럼니스트(대구한의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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