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오빠' '국민 여동생' 같은 수식어가 붙는 연예인·스포츠 스타들이 있다. '국민 오빠'는 워낙 남용되는 호칭이어서 인터넷 검색을 하면 수십 명에 이른다. 연예 기사, 팬클럽 등에서 마구 붙이다 보니 젊은 연예인은 물론이고 가수 남진, 송해, 박항서 감독까지 '국민 오빠'에 등재돼 있다.
'국민 여동생'은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문근영이 독보적이다. 한때 김연아, 박보영, 아이유, 수지 등이 그 계보를 이었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에서 이 같은 호칭의 원조는 유관순(1902~1920) 열사다. 투철한 애국심과 열정적인 행동력을 가진 독립운동가에게 '누나'라는 호칭은 얼핏 어울리지 않는 듯하고,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여성의 성취를 깎아내리는 듯한 정서다' '안중근 형이 아니듯 유관순 누나도 아니다' '관행적인 남성 위주의 시각이다' 등등.
한 언론사 커뮤니티에 '유관순 누나인가, 유관순 아줌마인가'라는 흥미로운 글이 실렸다. '일제하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1925년에 16.7세, 1930년 17세, 1940년 17.5세 정도였다. 유관순의 사망 당시 19세로 평균 초혼 연령을 초과한 나이다. (사진을 보면) 유관순의 머리는 (결혼한 여성의) 쪽머리임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초교생이 누나라고 부르기엔 지나치게 나이가 많다. 차라리 유관순 이모나 고모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본문 요약〉
'유관순 누나'가 입에 익은 것은 예전 초교 교과서에 나온 '유관순' 노래(강소천 작사, 나운영 작곡)에서 비롯됐다. '삼월 하늘 가만히 우러러보며/ 유관순 누나를 생각합니다.' 해방 직후 강소천이 자신보다 10여 세 많은 유관순 열사에게서 누나 이미지를 떠올리고 노랫말을 지었다고 한다. '열사'로 지칭했으면 이 노래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았을 것이다.
유관순 열사는 올해 100주년을 맞은 3·1운동의 상징이다. 신화적인 인물을 두고 이성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엄숙한 '열사' 호칭보다는 정겨운 '누나'라는 호칭이 더 적합한 이유다. '신화는 신화로 놔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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