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라돈침대' 사태 9개월… 잊혀져 가는 소비자들

대진침대는 파산 지경에 전화 연결도 안 돼, 소비자원 배상 결정은 실효 없어 "기다린 소비자만 피해"

'우체국, 라돈침대 수거' 경북지방우정청 집배원들이 16일 오후 대구경북지역에서 수거한 방사성 물질인 '라돈' 검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중간 집하장인 대구우편집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국민 불안을 조기에 해소하기 위해 전국망을 이용해 16, 17일 이틀간 비닐로 밀봉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집중 수거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라돈침대' 사태 발생 9개월이 지났지만 쓰던 침대를 하루아침에 폐기한 피해자들은 아직도 배상을 받지 못한 채 여전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진침대 등 제조사는 새 제품 교환을 중단했고, 한국소비자원의 구제 제도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대구 북구 주민 조모(61) 씨는 지난해 5월 라돈 검출이 확인된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우체국 수거 직원에게 전달한 뒤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를 받지 못했다. 수거 반년 만에 대진침대 측에서 "새 매트리스를 배송하겠다"고 연락해 왔지만 다음날 다시 "물량이 부족해 배송이 연기됐다"는 통보를 한 뒤로는 묵묵부답이다.

조 씨는 "목소리 큰 사람만 새 매트리스로 교환받고, 회사 형편을 고려해 기다려 준 소비자는 바보가 됐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피해 소비자들은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이렇다 할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는 앞서 소비자 4천여 명이 참여한 '대진침대 라돈 사태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따라 지난해 10월 대진침대에 "소비자에게 매트리스를 교환해 주고 위자료 30만원을 지급하라"는 조정 결정을 통보했다.

이에 대진침대 측은 "집단분쟁조정과 별개로 민사소송도 20여 건 제기됐다. 분쟁을 통일성있게 해결하고자 조정 결정을 거부한다"고 답변했다. 같은 해 12월 24일 대진침대는 홈페이지를 통해 '교환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소비자분쟁조정시스템이 분쟁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탓이다.

피해자들이 최후 수단으로 진행 중인 개별 민사소송도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라돈 탓에 폐암이나 호흡기질환 등이 발생했음을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 하기 때문.

소비자를 대신해 침대 사용기간에 따른 라돈 피폭 피해량을 조사하려던 원자력안전위원회도 해가 바뀌도록 기본 자료조차 구축하지 못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제품별·연도별 시료를 확보해 분석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기 어렵다.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절차를 거칠 예정"이라고 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라돈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언제 재발할 지 모른다. 정치권은 관련 법을 신속히 개정하고 정부도 다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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