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만 해도 '매파 본색'을 숨기지 않았던 세계 중앙은행들이 '비둘기'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수요 부진과 교역 감소, 미중 무역 전쟁 등 글로벌 경기의 발목을 잡는 악재들이 늘고 경기 부진이 예상되면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서 돌아설 방침을 시사한 데 이어 인도 중앙은행은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영국·호주 중앙은행도 경기 전망을 하향조정하면서 몰려올 먹구름에 대비할 방침을 밝혔다.
2015년 말 긴축에 시동을 걸었던 미국 연준은 3년여 만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2.25∼2.50%로 동결하면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에 고정으로 자리 잡고 있던 '점진적인 추가 금리 인상' 문구를 아예 빼버렸다.
'비둘기 연준'에 대한 시장의 관측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가 지난 1∼6일 경제전문가 79명을 조사한 결과 연준의 올해 기준 인상 횟수는 1차례로 전망됐다. 지난해 내내 3차례 전망이 우세했다가 연말 2차례 예상으로 급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더 줄어든 것이다.
인도에서는 지난 7일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6.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해 말 정부와 갈등을 빚은 총재가 사임한 이후 총선을 코앞에 두고 금리까지 전격 인하하면서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소용돌이에 빠져 있는 영국의 영란은행도 같은 날 기준금리를 0.75%에 동결했다.
그뿐 아니라 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2%로 0.5%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한 것을 두고 댄 핸슨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깜짝 비둘기'(dovish surprise)라고 표현했다.
동남아에서도 지난 7일 필리핀 중앙은행이 2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4.75%에 동결하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고, 태국 중앙은행은 그보다 하루 전에 금리를 1.75%에 묶어두면서 "다가올 시기에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계속 적합하다"며 완화적 목소리를 확실하게 냈다.
일본은 제로 금리 정책이 20주년을 맞았다.
일본은 20년 전인 1999년 2월 제로금리를 채택해 중앙은행 통화정책을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끌고 갔다.
이후 한동안 제로금리를 벗어났을 때도 있었지만, 2016년부터는 아예 마이너스 금리로 접어들어 아직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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