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을 탐구하는 입장이지만 아이돌 콘서트에 간 적은 없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핑계가 되겠지만, 예전에 워너원 프리미어 팬콘이 부산에서 열린다길래 한 번 가 보려고 티켓팅했다가 실패한 이후부터는 '아, 내가 저 공간에 감히 범접할 운명은 아닌가보다'라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더랬다. 그러다가 CGV에서 방탄소년단 콘서트 '러브 유어셀프 인 서울'을 상영한다는 말에 상영관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번 상영은 특기할 만한 것이 '싱어롱 상영'이었다는 점이다. 즉, 영화관에서 노래를 따라불러도 된다는 말이다. 이 상영 방식은 일전 '보헤미안 랩소디' 때 유명세를 탄 바 있다. 나는 '그래, 팬이라면 노래 정도는 따라 부를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영화관에 앉았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안이한 생각이었음을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관객들은 이 곳이 영화관이 아니라 콘서트가 열리는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첫 노래 '아이돌'이 시작되자마자 영화관 안에선 팬들이 응원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어떤 팬은 '아미밤(방탄소년단 응원봉)'도 들고왔던데, 차마 영화관이어서 그랬는지 켜지는 않고 있었다. 관객들은 스크린 속 방탄소년단이 일어나라면 일어났고, 박수를 유도하면 박수를 쳤고, 춤 동작 하나하나에 소리를 질렀다. 이미 그들에게는 이 영화관이 콘서트장이었던 거다.
사실, 몇 가지 측면에서 당혹스러웠다. '방탄소년단 콘서트'란 콘텐츠의 감동이 '영화관'이란 실재 장소가 주는 아우라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놀랐다. 영화관의 아우라를 극복하지 못한 나는 결국 방탄소년단이 일어나라고 할 때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따라부르고 콘서트 중반에는 소리까지 지르고 있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내가 이 정도로 방탄소년단 노래를 잘 알고 있었던가'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서글퍼지는 부분도 있다. 이 공연의 실제를 대구에서 볼 수 있을거란 기대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대구스타디움도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만큼은 아니지만 이번 콘서트 무대를 설치할 정도의 사이즈는 나올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아이돌은 지방 공연 대신 월드 투어를 떠난다. 그게 돈을 더 많이 벌어줄테니 그렇게 하겠지. 이미 대구의 일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들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원정을 갔을테지만, 그 비용을 마련 못하는 아미들은 결국 영화관의 공연 실황으로나마 감동의 한 자락을 유추하는 걸로 만족해야 한다.
영화관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콘서트가 준 감동과, 영화관에서 겪은 낯설음과 당혹감, 그 이면에 숨어있는 왠지모를 서글픔까지 느껴져 감정이 복잡해졌다. 그리고 번외로 '나도 신형 아미밤을 살까' 하는 고민도 생겼다. 콘서트에서 원격 조종으로 불빛이 변하는 아미밤이 의외로 예뻐서 소장욕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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