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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 百善孝爲先(백선효위선) : 모든 선은 효에서 시작된다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효(孝)를 자식(子)이 늙은(老) 부모를 받들고 있는 모양으로 풀이한다. 중국 최초의 한자 사전 '이아'(爾雅)는 '부모님을 잘 섬기는 것이 효'(善事父母爲孝)라고 정의했다.

동양에서는 효를 모든 행실의 근원(百行之源)으로 삼았고, 효에 얽힌 많은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다. 백유가 매를 맞으며 어머니의 힘이 약해진 것을 느끼고 눈물 흘린 고사(伯兪之孝)가 있고, 까마귀가 자라서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반포지효(反哺之孝)도 있다. 수호전(水滸傳)에는 흑선풍 이규(李逵)가 넓적다리 살을 도려서 어머니에게 국을 끓여 준 이야기가 나온다.

'효경'(孝經) 첫 편에 공자와 제자 증자(曾子)의 대화가 있다. 공자 왈 "선대의 제왕은 높은 품행과 도덕이 있어 천하의 민심을 얻었고 백성들이 화목하게 살았다. 지위와 신분을 떠나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었다. 무엇 때문인지 알겠는가?" 증자는 "우둔한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하고 답했다. 공자 왈 "바로 효이다. 효는 도덕의 근본이고 교육의 원천이다"고 일렀다. 효는 개인의 행실만이 아니라 억울한 백성이 없는 태평성대를 이룬다는 말이다.

예전에 서울에서 공부할 때 엄마는 마포 석불사에서 내가 있는 관악사까지 매주 먹거리를 한 가방씩 메고 오셨다. 졸업할 때까지 그랬다. 나는 엄마가 힘들게 가져오는 게 싫어서 늘 안 먹는다며 신경질을 부렸다. 그때 나는 엄마의 사랑을 알려 하지 않았다. 얼마 전 조촐하게 팔순 잔치를 했다. 어린아이처럼 웃는 모습을 보는 나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날 엄마를 보며 행복했다. 매일 아침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하다. 어지럼증으로 고생하시지만, 그래도 설거지는 꼭 당신이 하신다. 부모의 내리사랑은 자(慈)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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