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47) 계명대 동산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친절한 의사'로 소문이 났다. 환자들과 주고받는 말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 진료시간이 대체로 오래 걸린다. 과거와 같은 권위적인 의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요즘이지만, 그래도 김 교수는 "좀 남다르다."는 것이 주위의 평이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 교수에게 직설적으로 물어봤다. "친절한 의사의 비결이 뭡니까?" 겸연쩍은 웃음이 답으로 돌아왔다. "글쎄, 제가 다른 의사보다 친절한가요?"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친절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환자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려고 애쓴다고 했다. 류마티스내과 전문의가 되기 위해 찾아간 강남성모병원의 김호연 교수께서 "환자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걸 항상 강조하셨다고 했다.

"40, 50대 이상 여성환자가 많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통증 강도는 '뼈에 전이된 암' 다음으로 높습니다. 요로결석이나 출산의 고통이 크다고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이보다 더 합니다. 그런데도 가족들은 이런 아픔을 잘 알아주지 않고, 또 고통 속에서 온갖 집안일을 다해야 하는 것이 한국 중년여성의 삶입니다. 얼마나 쏟아내고 싶은 말이 많겠습니까?"
인턴시절이던 1997년 동산병원에 류마티스내과가 만들어졌다. 당시 '난치병'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류마티스 관절염이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사실에 김 교수는 흥분했다. 어쩔 수 없이 장애인이 될 수밖에 없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각오로 전공을 선택했다. 한때 성직자의 길도 생각했지만 의대 진학 결심을 굳히자, 가족과 친지들은 "돈 버는 의사는 되지 마라. 어려운 병 고쳐주고 학생들 가르치는 그런 삶을 살라."고 당부했다. 류마티스내과는 김 교수의 소명에 딱 안성맞춤이었다.
"조선대병원 교수시절입니다. 30대 초반의 미혼 여성이 류마티스로 관절의 변형이 오자 낙담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영원히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으로 여겼던 것이죠. 이 환자가 저를 찾아왔을 때가 바로 우리나라에 생물학제제가 막 들어오던 시기였습니다. 생물학제제를 이용한 치료는 대성공을 거뒀고, 지금 이 여성은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생물학제제의 등장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불치병에서 '치료 가능한 질환'으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현재 국내 대형제약회사들은 생물학제제(바이오시밀러)를 생산·판매·수출하고 있다. 김 교수도 2012년 국내산 생물학제제의 임상실험에 동참했다. 덕분에 국내 류마티스 환자들은 미국(1회 100만~150만원 정도) 대비 75%나 싼 약을 사용할 수 있고, 게다가 건강보험 적용으로 인해 이중에서 10%만 본인이 부담하면 치료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빨리 진단하고 치료할 경우 과거와 같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인해 뼈가 부서지고 장애인이 되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중년여성 다음으로 많이 찾아오는 환자가 20~30대 젊은 여성입니다. 역시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인 루프스 환자가 많은데요. 유산이 반복되거나 임신 후 아기를 계속 유지 못하는 경우 루프스질환 또는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난치성 환자를 치료해 성공적으로 출산했을 때 느끼는 기쁨은 모든 어려움을 다 갚고도 남습니다."
현재 김 교수는 진료와 강의 외에도 성서 실험실에서 류마티스 관절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세포자멸사가 류마티스 관절염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중에 있으며, 서울대병원 연구진과 함께 '자연적으로 생성된 뼈와 똑 같은 인공뼈 제조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김 교수는 "지금도 난치성 류마티스 환자 상당수가 서울로 가고 있다."면서 "지역민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의사로서 꿈이자 포부"라고 말했다.
<약력>
▷경상중·영남고 졸업 ▷계명대 의과대학 학사·석사 ▷서울가톨릭대 의학박사 ▷동산병원 인턴·레지던트 ▷서울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전임의 ▷대전 선병원 류마티스 전임의 ▷ 조선대병원 조교수 ▷계명대 동산병원 부교수 ▷대한내과학회 회원 ▷대한류마티스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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