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내 피의자 체포 때도 '묵비권' 고지, 미란다 원칙 수준 피의자 권리 보장

대구경찰 "형사상 불리한 진술 강요받지 않을 권리 보장하려는 것" 설명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하는 상황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는 등의 '미란다 원칙'이 국내에서도 적용된다. 대구경찰청은 경찰청 지침에 따라 그간 피의자 신문 직전에 고지하던 진술거부권, 즉 묵비권을 체포 단계부터 고지한다고 11일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피의자 방어권을 보장하고자 12일부터 피의자 신문 단계는 물론 체포 단계에서도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고, 경찰서 연행 이후 '체포 시 권리고지 확인서'를 작성할 때 경찰이 진술 거부권을 고지했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경찰이 범죄 피의자를 체포할 때에는 피의사실 요지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을 고지하고 변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 체포 또는 구속적부심 청구권도 함께 알려야 한다. 다만 미란다 원칙이 체포 단계에서 피의사실 요지, 체포 이유, 변호인 선임권과 함께 '진술 거부권'까지 고지하는 것과 달리 국내 형소법은 피의자 신문 직전에 진술 거부권을 고지하도록 한 것이 달랐다.

일각에선 이 같은 변화로 피의자 자백을 받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경찰은 기존에도 자백 여부와 무관하게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범죄 입증이 가능했던 만큼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국민은 형사상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피의자가 체포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며 "이번 변화로 피의자 방어권을 적극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란다 원칙은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에 살던 멕시코계 미국인 에르네스토 미란다의 피의자 방어권 보장 문제를 계기로 생겨난 미 사법기관 규정이다.

당시 경찰은 18세 소녀를 납치, 강간한 혐의로 미란다를 연행해 자백이 적힌 진술서를 받고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찰이 체포 당시 진술거부권 등을 고지하지 않아 피의자가 헌법상 권리를 침해당한 상태였으므로 그가 작성한 진술서는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의자에게 방어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받은 자백은 배제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이른바 미란다 원칙이 성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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