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포메라니안·4)가 내원했다. 설날에 부침개를 맛있게 먹은 후 저녁부터 잠을 못 자고 아파한다고 했다. 검사 결과 급성 췌장염이었다.
같은 날 병원을 찾은 뽀(시츄·15)도 먹성이 좋은 아이였는데, 최근 체중이 빠지고 3일 전부터는 먹지도 못하고 기운이 없다고 했다. 검사 결과 만성 췌장염이 악화하여 췌장뿐 아니라 복강 내 주변 장기에도 광범위하게 염증이 퍼진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췌장은 위와 십이지장에 걸쳐 위치하며, 십이지장으로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을 소화하는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장기이다.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분비되는 곳이기도 하다.
건강한 개가 갑자기 췌장염에 걸릴 경우(급성 췌장염) 주 증상은 식욕부진, 복통, 구토와 설사다. 위장염의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감별 진단이 필요하다.
노령견의 경우 췌장과 분비 도관 주변이 섬유화되어 굳어버린 상태에서 췌장염이 발병(만성 췌장염)하면 췌장 조직뿐 아니라 주변 장기에도 염증과 괴사가 진행돼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췌장염을 유발하는 주원인은 고단백 고지방 식이 습관이다. 사료보다는 육포, 개껌, 고기류를 즐겨 먹는 소형견과 식탐이 있고 비만한 개에게서 잘 발병한다. 만성 장염, 담관염, 당뇨, 탈수, 빈혈 증상이 이차적으로 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다양한 질환들이 췌장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때로는 디스크 치료와 수술 환자에게 집중적으로 투여되는 약물이 췌장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췌장염 진단은 혈액검사를 통해 간단히 이루어진다. 췌장염은 초기에 진단하여 집중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식성이 까탈스러운 소형견, 식탐이 있고 비만한 개가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을 호소한다면 췌장염을 의심하고 적극적으로 검사받기를 권장한다.

췌장염의 치료는 탈수와 전해질을 교정하고 혈류 순환 개선을 위한 수액 치료가 우선되어야 한다. 항구토제, 항생제, 진통제가 증상에 따라 처방되며, 복통이 심하거나 기력이 현저히 약해진 노령견은 중환자 수준의 집중적인 약물치료와 혈장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췌장염이 완화될 때까지는 수액 치료와 절식을 권장하며, 췌장염이 확연히 호전될 경우 탄수화물 위주의 식이 처방을 시작하게 된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일주일 정도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또는 처방식(INTESTINAL, LOW FAT) 급여를 권장한다. 탄수화물인 쌀밥으로 죽을 만들어 처방식 캔을 소량 혼합하여 주는 것도 가능하다.
췌장염은 재발이 잘되는 질환인 만큼 예방을 위해선 평상시 식습관을 잘 관리해야 한다. 저단백·저지방 사료를 권장하며, 비만한 개는 사료 급여량을 줄이고 체중 감량을 하는 것이 좋다. 사람들이 즐기는 육류나 육포와 간식, 개껌은 주지 않도록 한다.
풍요로운 먹거리가 췌장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췌장염을 '부자병'이라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제는 소식(小食)이 '웰빙'이고 '미덕'인 시대가 된 셈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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