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본 정부, 한국 자극하는 국수주의적 행보 눈쌀

'일본해' 호칭 정당 주장, 문 의장 발언 사과 요구 등 잇따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민당 연례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자민당 연례 당대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문희상 국회의장이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왕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아베 총리는 12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말로 놀랐다. 즉시 외교 경로를 통해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극히 유감이라며 엄중하게 의사 표시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동해를 '일본해'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문희상 국회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에 딴지를 거는 등 한국을 자극하는 국수주의적 행보를 잇따라 보이고 있다. 일본 우익 정부가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 '초계기-레이더' 갈등 등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갈등의 새로운 불씨를 지펴 저의가 의심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2일 '일본해(Japan Sea)'라는 표기에 대해 국제사회의 유일한 호칭이라며 변경할 필요나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이를 국제기관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단호하게 주장해 올바른 이해와 우리나라(일본)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한국이 '일본해'라는 호칭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결과로 보급된 것이라며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야당 국민민주당 소속 와타나베 슈 의원의 질의에 대한 답변으로 나왔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동해(East Sea)'로 단독 표기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갖고 있지만, 일본과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는 동해-일본해를 병기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2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문희상 의장의 '일왕 사죄'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 정부에 극히 유감이라는 취지로 엄중하게 의사 표시를 하고 있으며 사죄와 (발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지난 8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키히토(明仁) 일왕을 '전쟁범죄의 주범 아들'이라고 칭하면서 "일본을 대표하는 총리나 곧 퇴위하는 일왕의 한마디면 된다. 고령 위안부의 손을 잡고 진정 미안했다고 말하면 그것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베 정권과 일본 우익의 실체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우익은 보수주의라기 보다는 국수주의와 배외주의적 성격이 짙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뿌리는 1868년 메이지(明治) 유신을 앞두고 일어난 왕정복고(王政復古)와 존왕양이(尊王揚夷) 운동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일왕으로 중앙권력을 이양하고 받들면서 외세를 배척하자는 운동이다.

일본 우익은 '전후(태평양 전쟁 후) 체제로부터의 탈각(脫却, 벗어남)'이란 기치를 내걸고 있는데, 이들은 현 체제가 패전 후 일본에 강제됐다고 보고 이를 '변혁'해야 한다며 '평화헌법'의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침략전쟁에 책임을 져야 할 일왕(天皇·덴노) 중심 체제를 중시하고 강한 애국주의를 주창한다. 결국, 일본 우익 정권은 국수주의적 행보로 한국 등 주변 국가들과 갈등을 일으키고 정권 지지의 자양분으로 삼으며 21세기 국제 규범에 어긋나는 퇴행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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