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한중일 힘의 대전환/우수근 지음/위즈덤하우스 펴냄

한중일 힘의 대전환
한중일 힘의 대전환

한중일 삼국통인 우수근 교수가 동북아의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전망하는 책이다. 이 책은 세계의 골칫거리에서 최고의 시장으로 부상한 북한과 대미 무역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국의 힘을 필요로 하는 중국, 정치·경제·역사 전쟁에서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는 일본의 속사정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더불어 인적자본지수 세계 2위인 한국이 스스로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국 사이에 끼어 있는 샌드위치, 미국과 중국의 알력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약소국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통렬하게 지적한다.

※ 인적자본지수란

세계 각국의 보건, 교육, 의료 상태 등을 기반으로 올해 태어난 아기가 18세까지 자란 후 일자리를 얻었을 때 어느 정도 생산성을 낼 수 있는지 측정한 지표다. 세계은행(WB)이 발표하고 있다. 2018년, 한국은 세계 157개국 중 싱가포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중국은 미개하고 일본은 적국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 G2 중국을 아직도 짝퉁 미개국으로 간주하고 있지 않은가? 언제까지 침략국 일본에 짓밟힌 피해국으로서만 우리의 존재를 제약할 것인가? 이 책이 제기하는 주요 질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주범이다. 그렇다고 비난만 하고 있을 것인가? 중국은 미세먼지의 주범국인 동시에 뛰어난 환경분야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최대 고객이 될 수 있다. 환경문제를 중국에 정식으로 제기하는 것과 함께 중국의 환경문제에서 우리가 실익을 얻을 방도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은 우리에게 피해를 준 국가가 분명하다. 하지만 '너희들 사과해라' '너희는 나쁜 놈이다'는 인식에 갇혀 있을 게 아니라 일본과 협력할 것은 없는지 열심히 찾아나서라는 것이다. 가령, 일본은 우리와 과거사 분쟁국인 동시에 고령화와 경제정체라는 난제를 함께 안고 있으며,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최고의 우방국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책은 또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꽌시(关系 ;사람과 사람 또는 사물 사이 관계나 연줄)만 잘 맺으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 일본에 대해서는 감정적 드잡이에만 몰두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장 담론을 주도해가는 합리적 강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한다.

◇ 중국이 원하는 것이 뭐냐고? 돈이야!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모습과는 다른 진짜 속내도 보여준다.

지은이는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생각은 적확하지 않다고 말한다. 지구상 어느 나라보다 첨단 자본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또 SNS상에서 언론의 자유를 주장하는 중국인들의 목소리를 곧바로 '민주화에 대한 갈망'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책은 '오늘날 중국인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들에게 자유란, 돈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가치에 불과하다. 민주적 권리 또한 내가 물질을 얼마나 소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향유할 수 있는 질과 양이 달라진다. 중국인들이 진짜 바라는 제도는 내가 재물을 얻고 내 금전욕을 더 잘 성취시켜 주는 제도이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면 오케이!, 그것이 사회주의라도 오케이!'라고 설명한다.

◇ 청년이 됐는데, 어린애처럼 구는 한국

책은 '우리는 약하다'는 '소한민국'의 프레임을 부숴야 한다고 말한다. 약소국 프레임이 특히 견고한 분야가 외교·안보 분야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외교나 안보 이슈가 발생하면 일단 그들의 눈치부터 살핀다.

책은 대한민국은 이미 장성한 청년의 당당한 몸집을 지녔음에도 누가 떠먹여주기 전에는 아무 것도 먹지 못하는 전쟁고아 같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다보니 주저주저하고, 뒷북이나 친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동북아에서 중요한 이슈가 발생하거나 미·중간에 대립이 격화되면, 중국은 우리나라에 대한 접근을 강화한다. 우리가 자기들 곁에 더 가까이 있을 수 있는 혹은 자기들 곁에서 멀어지지 않을 방안을 강구하느라 노심초사한다. 중견강국으로 부상한 한국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이 그러함에도 우리가 그런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불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세력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우리만의 '장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 이웃을 되놈과 쪽바리로 규정하는 한국

우리는 과거의 악감정에 사로잡혀 중국인을 되놈, 일본인을 쪽바리로 규정하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 나쁜 놈들이니까 그렇게 대접해야 한다고, 그런 놈들과는 상종을 말아야 한다고 믿는 것이다. 때로는 '어차피 덤벼봤자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라는 열패감에 빠져 동북아를 바라보기도 한다.

이 책은 '중국과 일본을 잘 모를 때는 그들이 애물단지에 불과하지만, 제대로 알게 되면 보물단지가 된다. 과거 감정에 사로잡혀 두 나라에 대한 분석을 중단하고 마음대로 규정해버리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다'고 말한다.

과거 가난하고 약했던 시절의 막연한 사대주의와 냉전의 기억에서 벗어나 G2 중국과 G3 일본을 우리의 발판으로 삼고, 우리 이익에 충실히 부합할 수 있도록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오늘, 대륙과 열도는 무엇을 꿈꾸는가. 2장 동북아 힘의 지형을 이해하는 10가지 키워드. 3장 한국이 주도하는 동북아 전환시대의 논리 등이다.

300쪽, 1만7천원.

▷ 지은이 우수근

인하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 게이오기주쿠 대학교에 유학해 국제법 석사를,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에서 로스쿨 석사를, 상하이 화둥 사범대학교에서 동북아지역 연구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중국 상하이 사회과학원 특별초빙연구원, 산둥 대학교 객좌교수이며, 사)평화와 먹고사는 문제연구소 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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