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성향의 사람이며, 이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30여년의 공직을 떠나야 할 시간이 채 1년도 남지 않은 영양군청 공무원 장유식(59·부동산관리담당) 씨. 그동안 끊임없이 성찰하고, 스스로 물음을 던지면서 긁적거렸던 보석들을 모아 '공터의 꽃'이라는 시집을 내놓았다.
지금껏 어느 문학잡지에 그럴듯한 시 한 편 싣지 않았고, 누구라도 욕심낼 만한 '등단'의 꿈도 꾸지 않았다. 그저 보이고, 듣고, 느끼고, 부대끼는 자연과 사람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일들을 그때그때 긁적여 보관해온 게 전부다.
하지만 주위에서는 그가 '영혼이 맑은 시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심지어 '문학의 암흑기'라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숱한 시인들이 좌절을 겪고 있어도, 뜨거운 감성으로 내면의 진실한 언어를 아름답게 토해내 영혼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이다.

한 동료는 "모든 것이 경제적 잣대와 계산 위에 움직이는 약아빠진 세상에서 중년의 남성이 따뜻한 감성과 자기성찰의 진지한 언어를 간직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라 말했다.
시집의 제목이 된 '공터의 꽃'은 어느 겨울 태백산 산행에서 보았던 무속인들의 천제단 봉제사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 '국태민안'( 國泰民安)을 위해 기도했다.
장 시인은 "나라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이 좀 더 이웃을 돌아보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고 했다.
'삽짝거리 공터에 꽃을 심는 아주머니에게서 구원이 온다.(중략) 삽짝거리 공터에 꽃을 피우는 것은 슬픈 세계에 유심(留心)한 여지를 남기는 일이다.'
시에서 표현한 '삽짝거리'는 집 울타리 밖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주인없는 공공의 공간이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내버려도, 신경쓰지 않아도 될 공터다. 하지만 아주머니는 꽃을 심는다. 모두의 주인이 될 공터를 스스로 공동의 이익을 위해 꽃을 심는다.
장 시인은 올해를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한다. 1960년 영양에서 태어나, 학교를 졸업하고 1985년 4년 동안 수도원에서 머물기도 했다. 그가 1990년 다소 늦은 나이에 영양군 지방공무원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2006년 이후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양지역 경계의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산행하면서 90여 편의 시를 썼다. 생애 전환기를 앞두고 펴낸 시집을 아내에게 헌정했다.
시집 머리에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 맑아지는 것임을 알게 해준 아내 상숙에게 이 시집을 드린다'가 적혀있다. 그의 감성이 이 한 줄의 글로 충분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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