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필자에게 여러 상황적 여건이 되어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시기 전력질주하며 달리는 가운데 문득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방향성에 의문이 들었던 때라 더욱 쉼이 간절했다. 그러나 문제는 오히려 쉬면서 시작되었다. 쉴 수만 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았지만, 매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들로 정신없던 생활을 뒤로 하고 지금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데에 대한 불안감, 나만 홀로 멈춰있다는 생각으로 서서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긴장이 풀리면서 몸 이곳저곳도 아프기 시작했다. 이러한 불안과 어지러움이 다시 안정을 찾고 쉬기를 잘 선택하였다고 깨닫는 데는 다소 얼마간의 기간이 소요되었는데, 그때 '쉰다는 것을 선택하는 것은 현실과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잘 쉬는 것이 참 어렵다는 것' 이라는 생각이 내내 머릿속에 머물렀다.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데 길들여져 잘 쉬는 것에 무디어져있었던 것이다.
사실 잘 쉰다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다. 대부분이 쉼의 기회를 가질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거나 TV, 핸드폰 앞에서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쉼을 갈망하지만 제대로 잘 쉬어내지 못하기에 충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에너지를 방전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 와 같은 쉼에 대한 도서들은 계속해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본다.
인간은 하루살이가 아니라 목적과 방향성을 가진 긴 여정을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때로 쉬면서 지친 마음과 몸을 돌볼 필요가 있다. 지친 나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해나가는 것도 요구된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처럼 가만히 있거나 쉬는 것이 불안하여 앞만 보고 계속 달려 나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이러한 내달림이 결국은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인생은 장거리 마라톤이다. 한번 뿐인 인생, 살면서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내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점검은 늘 필요하다. 진정한 쉼 가운데 없으면 절대로 안 될 것 같았지만 그 속에서 버릴 것이 보이고,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찾아야 한다. 제 아무리 열심히 전력질주해도 방향이 잘못되었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오늘 무언가 굉장히 꼬여가는 것 같고 잘 안 풀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요히 나를 들여다 보며 위로를 건네면서 단 몇 분이라도 잘 쉼을 누기기를 권해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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