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여성독립운동가'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가장 먼저는 '유관순', 영화 '암살'의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의 모델이 된 '남자현' 정도일 것이다. 2019년 1월 기준, 국가로부터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357명이다. 이들 외에도 서훈을 받지 못한 2천여 명을 포함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독립운동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의 마음으로 함께 했지만, 우리는 유관순을 비롯한 몇몇의 여성들 말고는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해 거의 모르고 지내 왔다. 그래서 독립운동은 남성들이 주로 이끌고 활동했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남녀가 평등하다는 의식이 없었고 여성들이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던 시기에, 곧은 신념과 의지로 대한 독립을 위해 온몸을 바친 여성들이 있었다. '나는 여성이고, 독립운동가입니다'는 그들의 활동과 업적을 조명한다.
◆진취적으로 독립운동에 참여한 여성들
지은이 심옥주는 여성독립운동연구소 소장이자 대통령 직속 3 ·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위원이다. 그 누구보다 열성적이고 진취적으로 독립운동에 관련한 연구 활동을 하며 잊힌 여성독립운동가들 각자의 이름을 되찾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한말 최초 여성의병장 윤희순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였다고 한다.
지은이는 한국여성의 역사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사를 통해 잊힌 것들을 되새기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에 대한 관심은 곧 한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독립운동은 남성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여성이 남성 활동가의 '뒷바라지'만을 하면서 보조적인 역할에 머문 것도 아니었다. 함께 조국을 지켜 내고 버텨 냈던 시기였기에 그들 모두가 독립운동의 중심이고 대한민국 광복을 이끈 주역임을, 지은이는 강조한다. 기록에서 사라지고 기억에서 잊혔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통해, 한국여성의 현주소가 어디쯤인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 '여성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근본적 성찰과 깨달음으로 나아가면서 지금 우리 시대의 '여성, 교육, 역사'를 하나의 통합적 키워드로 이끌어 낸다
책은 독립운동의 활동 범위와 역할에 따라 7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40개 꼭지를 통해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한다. 책에 소개되는 역사 속 인물들은 고증 자료를 바탕으로 장경혜 화가가 섬세한 손길로 하나하나 그려 냈다. 여성들이 흐릿한 역사 기록과 사진에만 갇히지 않고,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담아낸 그림들은 독자들에게 아련하고도 따스한 정서를 전한다.

◆독립운동에 가담한 여학생, 선생님, 어머니
1부는 역사적으로 여성독립운동가가 가지는 의미와 함께 3.1운동 전반의 과정을 살펴본다. 지은이는 일제강점기 여성들이 극렬히 저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진취적인 의식 변화에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독립운동의 전개 과정에서 지은이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전국 각지에서 활약한 여학생들의 활동이다. 이에 관해 2부 '전국 곳곳의 여학생 비밀 결사대'에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비밀 결사대는 독립운동의 결의를 다지며 비밀리에 조직된 단체인데, 대표적인 여학생 비밀 결사대에는 '호수돈여학교 비밀 결사대'와 '숭의여학교 송죽결사대'가 있다. 이외에도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의 비밀 결사대 '소녀회', 서울 이화학당의 '이문회', 부산의 '일신여학교'와 공주의 '영명여학교' 등 일제의 부당함에 저항했던 강인한 여학생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와 4부에서는 학교라는 제도와 교육이라는 가치를 통해 여성독립운동의 범위를 확장한 여성들을 살펴본다. 유관순을 비롯해 그의 스승 김란사를 소개하고, 신사참배에 맞선 교사 김두석,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생을 과감히 바친 수피아여학교 교사 박애순, 조국의 독립과 성장에 대해 끝없이 고민한 황에스더, 제주 최초의 여학교에서 공부한 뒤 독립운동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최정숙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5부에서는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로 오래도록 불려 왔으나 실은 그 누구 못지않은 강인한 독립운동가였던 여성들을 소개한다. 14세에 김순영과 결혼해 아들 김구를 낳은 곽낙원. 신분 차별과 가난 속에 삶이 힘들고 고통을 받았지만, 곽낙원은 아들 김구 옆에 늘 동행했고 나라 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여성독립운동가였다. 안창호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국내외를 아우르는 독립활동을 실천한 여성독립운동가 이혜련도 마찬가지다. 안창호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며 미주지역 부인의 참여를 도모하는 것을 자처했던 인물이 바로 이혜련이다.
6부와 7부에서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곳곳으로 확산된 항일운동의 여러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일제강점기 민족독립을 위해 싸웠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행적을 찾아 나간다.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해 일제의 잦은 약탈과 억압을 받았던 제주에서 저 멀리 하와이, 가깝게는 가로 15미터, 세로 10미터 크기의 서대문형무소 공간에 갇혀 있으면서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구국운동을 펼친 여성독립운동가들을 재조명한다. 224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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