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파른 성장세 컵라면, 봉지라면 아성 허무나…2017년 라면시장 비중의 37.4% 차지

2011년 전체 라면 30% 미만이던 용기면, 이제는 40% 바라봐
제조사마다 용기면 신제품 출시에 열 올려, 식약처 “전자레인지 조리 전에 포장지 설명 살펴야”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용기면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용기면 판매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용기면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용기면 판매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용기면 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봉지라면을 개량해 용기면을 만들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용기면 신제품

"봉지라면보다는 컵라면이 좋더라고요."

직장인 김모(30) 씨는 퇴근길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자주 구매한다. 봉지라면은 끓이기도 귀찮고 설거지 거리도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김 씨는 "컵라면은 뜨거운 물을 붓기만 하면 되고 먹고 나서도 용기만 씻어서 버리면 돼 훨씬 편하다"고 컵라면 예찬론을 폈다.

국내 라면시장에서 용기면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간편함을 찾는 소비자 트렌드가 라면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는 모습이다. 10대와 20대 젊은 소비자에게서 특히 선호가 두드러지면서 장기적으로 봉지라면의 아성에 도전할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 용기면, 꾸준한 성장세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체 라면시장에서 용기면 비중은 2011년 29.2%, 2013년 31.7%, 2015년 32.9%, 2017년 37.4%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매출액도 2011년 5천400억원에서 매년 상승, 2017년 7천9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단단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용기면 매출 비중의 확대 배경으로는 편의점에서 용기면을 찾는 젊은 소비자, 1인 가구 증가가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7년 남녀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라면 제품 10개를 구입할 경우 10대는 4.1개, 20대는 3.9개를 용기면으로 구입한다고 답해 30대(2.3개)와 40대(2.2개)보다 용기면 선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이 낮고 미혼일수록 용기면 구입 개수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1인 가구는 20.8%가 라면을 자주 먹는 때가 평일 저녁 식사용이라고 응답, 전체 평균(14.9%)을 6%포인트(p)가량 웃도는 등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수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빅데이터에서는 용기면이 봉지라면에 역전한 모습도 보인다.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2017년 2/4분기 소셜미디어에서의 라면 관련 언급을 분석한 결과 대표적 연관어 1~3위는 '먹다', '좋다', '오늘'이었고 4위가 '컵라면', 5위가 '끓이다'였다. 라면 제품 연관어 1위도 '컵라면'이 차지했다.

용기면의 주 판매처인 편의점을 벗어나도 성장세는 마찬가지다. 대구 이마트 6개점의 라면 매출 가운데 용기면 매출 비율은 2017년 18.2%, 2018년 19.1%, 올 1월 21%로 해마다 상승 폭이 커지고 있다.

컵라면을 먹는 학생들.
용기면 신제품이 인기를 끌면서 봉지라면을 개량해 용기면을 만들던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 삼양식품은 용기면 신제품 '참참참 계란탕면'을 먼저 선보인 후 봉지라면으로 출시했다.

◆ 57세 맞은 우리나라 용기면, 제품 트렌드는?

용기면 전성시대는 어떻게 찾아왔을까? 1972년 삼양식품의 '컵라면'과 함께 시작된 국내 용기면의 출발은 부진했다. 당시 봉지라면보다 가격이 4배 비싸고 조리법이 생소한 탓이었다.

1981년 농심에서 '사발면'을 출시하면서 식어가던 시장에 불을 다시 지폈다. 용기면의 표준형태였던 컵 모양이 아닌 국사발 형태의 용기로 친숙하게 접근했다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라면업계는 최근 강세를 보이는 용기면 신제품 출시를 강화하고 있다. 농심은 2017년 말 '신라면블랙 사발'을 출시해 1년 만에 매출 200억원을 돌파했다. 삼양식품이 지난해 출시한 '까르보불닭볶음면 큰컵'도 첫해 용기면 시장 5위 안에 들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출시된 신제품 가운데 판매 10위권에 오른 봉지라면 제품이 없는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 덕분에 먼저 출시된 봉지라면을 개량해 용기면을 선보이던 기존 흐름에서도 벗어나 먼저 출시된 용기면을 봉지라면으로 바꾸는 추세도 나타났다. 삼양식품에서 지난해 내놓은 '쯔유간장우동', '참참참 계란탕면'은 컵라면으로 먼저 출시됐다.

봉지라면에 비해 맛에서 뒤처진다는 평가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용기면은 뜨거운 물을 부은 뒤 기다렸다 먹는 라면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 라면이 됐다. 또 봉지라면처럼 달걀을 넣거나 햄이나 치즈, 냉동식품 등을 넣어 조리하는 등 조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2014년부터 모든 용기면 제품에 '스마트 그린컵'을 적용해 전자레인지로 데워도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게 했다.

컵라면을 먹는 학생들.

◆ 용기에서 환경호르몬 진짜 나오나?

용기면의 용기 재질은 크게 폴리스티렌과 종이로 나뉜다. 폴리스티렌은 가볍고 저렴해 각광받지만 내열성이 70~90˚C로 고온에 노출됐을 때 변형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내분비계를 교란할 수 있는 비스페놀A 등 환경호르몬을 발생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1998년에는 일본에서 폴리스티렌 용기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생식기능을 저하시키는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무해하다는 입장을 밝히기 전까지 컵라면 매출이 20% 정도 줄기도 했다. 당시 상당수 제품이 종이 용기로 바뀌기도 했지만 종이 용기는 열이 쉽게 빠져나가 뜨거운 물을 붓고 용기를 잡는데 불편하고, 금방 식는 게 단점이었다.

식약처는 폴리스티렌 재질도 용기면에 쓰기에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1990년대에 환경호르몬이 나온다는 설이 있었지만 인체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70~90도 정도의 뜨거운 물을 부어서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는다. 요즘은 내열 폴리스틸렌 재질 포장재도 개발됐기 때문에 전자레인지용으로 표시된 용기인지 확인하고, 전자레인지 출력에 따른 조리시간을 맞춰서 조리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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