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양대 정신인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2017년 제정된 대구 시민주간이 올해로 세 번째 주간을 맞았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시민주간'을 정해 자기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계승하는 활동을 하는 곳은 대구가 유일하다. 그만큼 대구의 정신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대구시민들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역사적 가치관마저 서울 중심적인 시대에 대구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고양하는 시민주간은 시민들에게 매우 뜻깊은 이벤트로 다가온다. 대구경북은 오랜 사상적 전통을 가진 곳이다. 삼국통일과 한민족 형성의 토대가 된 원효의 화쟁 사상을 비롯해 퇴계와 영남 유림의 주리 철학, 최제우의 동학에 이르기까지 민족사의 고비마다 대구경북의 사상가들은 우리 민족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왔다. 그것은 대구경북이라는 좁은 울타리를 뛰어넘어 민족사의 큰 물줄기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역시 당시 선각자들의 치열했던 고민의 흔적이며 근현대사에서 민족과 민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위대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28민주운동은 1960년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대구의 고등학생들이 주도해 일어난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었다.
당시 자유당 정권은 2월 28일 예정된 야당 부통령 후보 장면의 대구 수성천변 유세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대구의 8개 공립 고등학교에 일요일 등교 지시를 내렸고 이것이 시위의 발단이 되었다. 1960년 2월 28일 오후 1시 학생들은 정권의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일제히 궐기했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횃불이 타올랐고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졌다. 이 혁명으로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은 붕괴하였다.
2·28민주운동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큰 이정표를 세웠고 대한민국 민주운동의 출발점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발생 58년 만인 작년에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대구시민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이 228민주운동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성원해 주었고 국회에서도 '2·28민주운동국가기념일지정촉구결의안'을 가결해 2·28민주운동이 대구만이 아니라 온 국민 모두가 기려야 할 역사임을 확인해 주었다.
다시 한 번 2·28의 국가기념일 지정을 위해 노력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2·2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지금, 우리는 이 시대에 왜 2·28을 되새기는가? 2·28의 정신은 우리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념 간, 지역 간, 세대 간 대립과 갈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제 민주화 운동은 그 동안의 저항적 민주운동에서 포용적·통합적 민주운동으로 그 방향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2·28민주운동의 역할은 민주주의의 기능을 확장하고 그것을 통해 국가의 통합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제 228민주운동의 정신은 우리 사회의 시대적 요청인 상생통합의 선진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정신적 자산으로 계승·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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