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표현의 자유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로베르 포리송(1929~2018). 프랑스 리옹 1대학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학자로 1979년 이후 "홀로코스트는 역사적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1990년 홀로코스트 부인을 범죄로 규정한 이후 여러 차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991년 대학에서도 파면됐다.

이에 박해받지 않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요청하는 국제적인 탄원서가 작성됐다. 500명이 서명한 이 탄원서에 '존경받는 진보지식인' 놈 촘스키도 친구의 요청으로 서명했다. 프랑스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 그 탄원서를 '촘스키 탄원서'라고 불렀다. 이 일로 촘스키는 '반시온주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수정주의자' '신나치주의자'로 비난받았다.

촘스키는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집단적 광기"라거나 "내가 볼 때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합리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런 점에서 탄원서 서명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왜 서명을 했을까. 포리송의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

그는 쏟아지는 비난에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를 포함)는 입맛에 맞는 견해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널리 경멸·저주받는 견해라도 표현의 자유는 적극 옹호돼야 한다.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힘센 사람의 의견이나 공적(公敵)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만장일치의 의견은 보호해주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말할 자유의 옹호와 그 말을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임도 분명히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상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촘스키가 자유한국당 의원 3인의 '5·18 폄훼'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이 5·18에 대한 어떤 부정적 견해도 법으로 불허하겠다고 벼르는 지금 한국 사회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그 책임의 내용은 무엇일까. 자기주장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기자의 생각에 후자는 책임이 아니다. 입을 틀어막는 족쇄일 뿐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