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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문 대통령의 신공항 발언…또 지역 갈등 불 지피나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 신설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니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언급해 신설을 추진할 것 같은 뉘앙스를 비췄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대구경북과 부산 간에 싸움을 붙이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을 만큼 위험천만한 내용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 맥락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역력하다. 문 대통령은 '부산 시민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부산과 김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연관돼 있어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결정을 내리느라 사업이 더 늦어져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원론적인 얘기로 시작했지만, 결론은 '신설 추진' 쪽으로 가겠다는 뜻인 듯하다.

문 대통령 발언 뒤에 나온 부산시의 브리핑을 보면 그 발언의 의도가 어느 정도 드러난다. 부산시는 '대통령의 선물'이라며 대대적으로 환영하며 후속 조치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마치 대통령과 부산시가 미리 공감대를 이룬 뒤 의도적으로 말을 흘린 듯 보이기도 한다.

만약 문 대통령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비극적인 재앙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 10년 세월 동안 세몰이와 시위, 감정싸움으로 얼룩진 지역 간 대결은 다시 떠올리기 싫을 정도로 끔찍했다. 눈앞의 이해관계 때문에 그 상처와 후유증을 잊은 모양이다.

2006년 노무현 정권 때 시작된 영남권 신공항 논쟁이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며 결론을 내지 못하다가 현 정권에 이르러 '부산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는 것은 누구라도 납득하기 어렵다. 지극히 편파적이고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2015년에 힘들게 만든 '5개 시도지사 합의안'을 깨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다. 대통령이 여기에 앞장서는 것은 민주주의와 공정사회에 대한 배신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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